[세상읽기] 가족이 살고 싶은 도시 부산 만들기
얼마전 발표된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서 통계청은 2072년 중위 추계 총인구를 3622만 명으로 예측했다. 저위 추계에서 총인구는 3017만 명으로 2000만 명대 추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극단적인 저출산·고령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38개국 중 2013년부터 줄곧 꼴찌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유일하게 한국뿐이다. 여성이 평균적으로 1명의 아이도 낳지 않으며 해결책을 위해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도 인구절벽의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심각한 숙제다.
부산은 특히 더 심각하다. 그나마 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장하면 수도권 등 타지로 떠나간다. 낮은 출생률과 함께 부산 인구 중 1만 3562명이 지난해 다른 시·도로 순유출됐다. 서울이 788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도가 4432명에 달했다. 20대 미만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층에서 인구가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부산 ‘청년인구 유출입 특성과 청년인구 유지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20년 타 시·도에서 부산으로 전입한 인구는 연평균 12만6458명, 부산에서 타 시·도로 전출한 인구는 15만5815명으로 연평균 2만9357명이 순유출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직업 가족 주택문제 등이 꼽히고 있다(부산연구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제도 측면에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으로의 통합 개편, 부울경 인재 광역화 협약 체결 추진, 중앙정부위원회 내 지역전문가 참여 비율 의무화 등의 과제가 끝없이 주장되고 있지만, 아직 큰 효과가 없는듯하다.
낮은 출산율만큼 더 심각한 것은 부산에서 태어나서 부산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이 살고 싶은 도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부산시는 청년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매년 청년 500명을 선발, 역량 개발비로 2년간 최대 3000만 원을 지원해 영아기 아이를 양육하는 청년층을 집중 지원하고, 맞벌이 가구 부부를 위해 부산형 영아반 운영, 부산형 365 열린 시간제 어린이집 등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심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저출산과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원금이나 물품 제공 등의 수혜성 정책이 주류를 이뤄 그 효과에는 한계를 지닌다. 또 육아 지원을 위한 정책은 많지만 정작 정책의 수요자인 육아하는 부모에게 실질적으로 체감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저출산 기조 아래 ‘육아’는 이제 가족공동체를 벗어나 다음 세대 구성원을 육성하는 것으로 국가와 사회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고 있다(육아정책연구소). 그렇다면 부산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장해서 그들이 새로운 세대원을 구성할 시기에 살고 싶은 부산 만들기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호주의 Suncorp Bank가 진행한 가족친화도시(Family Friendly City)를 위한 조사(2013년, 2014년)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NSW주(州)의 Wagga Wagga라는 작은 도시가 2013년 14위에서 2014년 1위로 호주에서 가장 가족친화도시로 링크되었다. 그 배경에는 종래의 정부주도의 톱다운(Top-down) 지원방법과는 달리 행정과 지역주민, 지역자원의 네트워크형성을 통한 공동체 형성과 시민참가가 가족이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아카시(明石)시에서도 0-4세, 25-39세 육아세대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인구증가율 1위를 차지하고 그 배경에는 시의 독자적인 아동 정책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구 유출을 막고 부산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의 힌트가 여기에 담겨있는 듯하다. 가족이 행복한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특수성과 주체의 다양한 욕구를 고려한 변화가 시급하다. ‘한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2024년 갑진년에는 푸른용의 기운으로 부산 도시 전체가 가족친화도시 형성을 위해 힘차게 도약할 수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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