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붕괴’ 얼마나 됐다고… 골재 36% 불량
최근 잇따른 아파트 부실 시공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량 골재(骨材)’에 대해 정부가 불시 점검을 벌인 결과, 조사를 받았던 골재·콘크리트 회사 78곳 중 28곳(36%)이 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골재를 생산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골재는 콘크리트를 만들 때 시멘트, 물과 함께 섞는 자갈·모래로, 콘크리트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자재다. 시멘트에 골재를 섞으면 열 반응이 나오면서 단단해지는데, 이물질이 포함되면 열 반응이 제대로 나지 않아 강도가 떨어지고 부실 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주거동과 지난해 1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에도 불량 골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골재 채취 업체 28개 회사와 골재를 이용해 레미콘(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을 만드는 레미콘 제조사 50개 사를 불시에 방문해 골재 품질을 조사했다. 국토부는 그 결과 총 28개 사(35.9%)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골재 채취 업체의 경우 28개 사 중 7개 사(25%)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중 6개 사가 선별·파쇄업체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산림골재업체 1곳도 품질 기준에 미달했다. 재활용 골재 업체는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현재 전국적으로 골재 업체는 2000개, 레미콘 업체는 1000개 정도 된다.
◇골재 채취 업체도 레미콘사도 관리 ‘엉망’
예전에는 주로 산(山)의 암석을 깬 자갈이나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 등 천연 골재를 주로 사용했다. 최근엔 자연 보호를 이유로 천연 골재 채취를 제한하면서 도로·터널 등의 공사장에서 나온 암석을 깨부순 선별·파쇄골재나 콘크리트 폐기물에서 자갈·모래만 발라낸 재활용(순환) 골재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선별·파쇄골재나 재활용 골재는 불순물이 섞여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엄격한 선별·분리 공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용 절감을 위해 공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불량 골재가 유통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불량 골재의 가장 큰 이유는 이물질이 섞여 들어간 경우였다. 불합격 판정을 받은 선별·파쇄업체들이 생산한 골재에선 미세먼지·흙가루 등이 다량 발견됐다. 이를 ‘토분(土粉)’이라고 하는데, 콘크리트를 배합할 때 토분이 섞인 골재가 들어가면 물을 순식간에 빨아들여 강도를 낮추는 원인이 된다. 국가기술표준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분이 많은 골재를 사용할 경우 콘크리트 압축 강도가 최대 37%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도 레미콘에 토분이 섞인 골재가 포함된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암석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토분을 분리하려면 비용이 들다 보니 업체들이 분리 작업을 게을리해 품질에 미달한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된 7개 업체에 대해선 재검사를 통해 합격 판정을 받기 전까지 공급과 판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골재를 받아 레미콘을 만드는 레미콘제조사 역시 골재 관리에 소홀했다. 50개 사 중 21개 사(42%)가 골재 품질 시험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거나, 골재 저장 설비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아 시정 조치를 받았고, 위반 정도가 심한 1개 업체에 대해선 국토부가 국가기술표준원에 KS 인증 취소 조치를 요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정을 미리 알 수 있는 정기 검사 대신 수시 검사를 시행한 결과, 불량 골재가 정기 검사 때보다 더 많이 적발됐다”며 “수시 검사를 확대하고, 골재와 생산·유통 과정을 추적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활용 골재 사용 증가... “수시 검사 확대해야”
올 들어 국토부가 재활용 골재 업체 대상으로 정기 검사를 벌인 결과, 밀도 등이 떨어지는 불량 골재를 생산한 5곳을 적발해 ‘품질인증’을 3개월간 사용하지 못하도록 처분했다. 밀도가 떨어지면 으스러지기 쉽고, 골재 내부로 수분이 들어가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진다.
문제는 이물질이 들어가기 쉽고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재활용 골재나 선별·파쇄골재 같은 기타 골재 사용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급된 골재 2억3219만㎥ 가운데 59.2%를 기타 골재가 차지했다. 기타 골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50.1%)에 비해 9.1%포인트 늘었다.
정부는 불량 골재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수시검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검사 일주일 전 사전 공지하는 정기검사와 달리 수시검사는 불시 점검으로 진행돼 적발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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