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32> 산악용 눈썰매에 대한 모습을 읊은 조선 후기 문사 신즙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3. 12. 20.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느린 듯하던 눈 위의 말이(冉冉雪中馬·염염설중마)/ 유성처럼 빠르게 돌진하네.

/ 산 위에 있는 게 보이더니(瞻之在山上·첨지재산상)/ 금세 아래에 내려와 있네.

썰매를 탄 사람이 산 위에 있는 걸 보았는데 어느새 산 아래에 내려와 있다.

우리 마을 김태곤(84) 어르신은 "아, 옛날에는 어른들이 산에서 스키를 만들어 타고 쌩하니 산 아래로 내려왔어. 집으로 갈 때는 스키를 못 타니 설피를 신고 올라갔지.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나도 그렇게 다녔어"라고 말씀하셨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 위에 있는 게 보이더니

- 瞻之在山上·첨지재산상

느린 듯하던 눈 위의 말이(冉冉雪中馬·염염설중마)/ 유성처럼 빠르게 돌진하네.(突如流星過·돌여유성과)/ 산 위에 있는 게 보이더니(瞻之在山上·첨지재산상)/ 금세 아래에 내려와 있네.(忽然而在下·홀연이재하)

위 시는 조선 후기 경북 청송 출신 문신인 하음(河陰) 신즙(申楫·1580~1639)의 ‘썰매(雪馬·설마)’로, 그의 문집인 ‘하음집(河陰集)’ 권2에 수록돼 있다.

산에서 빠르게 내려온다는 표현을 볼 때 위 시의 썰매는 산에서 타는 스키였다. 산에 살던 사람들은 겨울이면 산길을 걸을 수 없어 산에서 타는 썰매를 만들어 타고 다녔다. 오늘날 스키와 흡사하였다. 당연히 빠를 수밖에 없다. 썰매를 탄 사람이 산 위에 있는 걸 보았는데 어느새 산 아래에 내려와 있다.

강원도나 지리산에는 설피라는 것도 있었다. 신 아래에 신보다 크게 칡넝쿨 등으로 둥글게 이어 만들었다. 신 아래에 설피를 신어야 눈 속에 푹푹 빠지지 않았다. 설피 위에 짚으로 방한화를 만들어 신기도 하였다. 그 신발을 멱신이라 했다. 옛날 겨울철에 사냥꾼이나 산에 사는 사람들은 설피를 신지 않으면 눈 덮인 산을 다닐 수 없었다.

경북 청송이 고향인 신즙은 정경세와 장현광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1606년(선조 39) 식년시 문과에 급제했다. 여러 벼슬을 살다 1613년(광해군 5) 영창대군의 옥사가 일어나고 정국이 혼란해지자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은거하였다.

목압서사가 있는 화개골에도 예전에는 산 중턱이나 1400m가 넘는 주능선 가까이까지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고 살아 산 썰매를 타고 설피를 신고 다녔다. 우리 마을 김태곤(84) 어르신은 “아, 옛날에는 어른들이 산에서 스키를 만들어 타고 쌩하니 산 아래로 내려왔어. 집으로 갈 때는 스키를 못 타니 설피를 신고 올라갔지.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나도 그렇게 다녔어”라고 말씀하셨다. 원래 화개면 대성리 단천마을 위쪽에 살다가 6·25 전쟁 때 화전민들을 아래쪽으로 이주시킬 때 목압마을로 내려와 지금까지 살고 계신다.

요즘 지리산은 춥기도 하거니와 산에는 눈이 쌓여 허옇다. 하지만 화전민이 없어 산 썰매를 타거나 설피를 신는 사람을 보지는 못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