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 덕분에 농번기 걱정 없어요”
소규모 노동집약형 농업 많은 지역
올해 단기고용 형태 도입해 효과
농가 인력 공급-인건비 절감 기여
충북 괴산군 청안면에서 30년째 옥수수와 절임배추 농사를 짓는 박옥진 씨(59)는 올해 농사를 큰 걱정 없이 마쳤다. 해마다 농번기면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고, 임금도 높아 걱정이 많았지만,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그 근심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박 씨는 “손이 빠르고 성실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 덕분에 올 농사를 잘 지었다”면서 “그들이 ‘농촌의 효자’” 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충북 괴산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통해 농가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임금 절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19일 군에 따르면 올해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30명과 ‘농가 직접 고용형 계절근로자’ 450명 등 모두 480명의 계절근로자가 괴산에서 활동했다. 필리핀과 캄보디아에서 온 이들은 괴산 농특산물인 고추, 옥수수, 담배, 절임배추 등을 생산하는 지역 내 74개 농가에서 활동했다. 필리핀 출신인 A 씨(29)는 “폭염과 한파주의보 등으로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줘 보람이 컸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입국해 농작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덕분에 지난해 15만 원선이던 인건비는 올해 13만 원까지 낮아져 28억여 원의 인건비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물가 상승과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보다 2만∼3만 원 정도 올랐을 인건비가 실제로는 4만∼5만 원 정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군은 올해부터 단기고용 형태의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도입해 더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계절근로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를 3∼5개월간 장기 고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단기간 일손이 필요한 농가는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비해 공공형 계절근로는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한 뒤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하루 단위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소규모 노동집약형 농업이 많아 괴산 지역 농가에 도움이 됐다는 게 군의 분석이다.
상복도 터졌다. 송 군수는 농가 인력 공급 및 인건비 절감 등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달 농협중앙회로부터 지역농업발전 선도인상을 받았다. 앞서 7월에는 ‘2023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도 ‘인구구조 변화 대응’ 분야 최우수상을 받았다.
군은 내년에도 우수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7일 라오스, 이달 1일에는 필리핀 망카타렘시, 아길라르시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년에는 농가에서 원하는 시기에 맞춰 3·4·5·8월로 나눠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도입하고, 결혼이민자 초청 방식도 추가로 시행할 계획이다. 송 군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고임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가들이 계절근로자 덕분에 농번기 인력난 해소와 인건비 절약 등 큰 도움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대제산업단지에 20억 원을 들여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전용 숙소를 건립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2015년 10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괴산에서 시작됐다. 당시 군과 자매결연한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출신 중국인 남녀 19명이 절임배추 작업장 등에서 일하고 돌아갔다. 이듬해에는 6개 지자체로 늘어난 뒤 지금은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도입 중이다. 계절근로자는 농번기에 입국해 지정된 농가에서 일하고 출국해 다음 농번기에 다시 입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자체가 필요한 외국인 수를 법무부에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90일 내에서 체류가 가능한 단기취업(C-4) 비자를 내준다. 괴산군은 법무부에 내년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493명의 도입을 신청했다. 배정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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