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드름 유감
눈이 녹아 아래로 떨어지려다 얼어 버린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진다. 겨울의 대표적인 풍광인 고드름은 그렇게 생긴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개구쟁이들의 반가운 군것질거리였다. 아이스크림처럼 먹기도 했다.
옛말은 ‘곳어름’이었다. ‘어름’은 얼음의 또 다른 표현이고 ‘곳’은 곧다(直)의 ‘곧이라는 설과 꼬챙이를 뜻하는 곶(串)이라는 설도 있었다.
거꾸로 자라는 역고드름도 있다.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표면의 물이 얼어 부피가 커지면 압력이 높아진 얼음 아래의 물이 얼지 않은 틈으로 새어 나와 생긴다. 생각보다 그렇게 튼튼하지 않다. 잘 자란 고드름을 따다 칼싸움하려고 휘두르면 고드름끼리 닿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부러지기도 한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뾰족하지 않아도 높은 곳에 있으면 떨어지면서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피해를 입히기도 해서다. 단단한 얼음덩이여서 밀도가 높아 심하게 얼어 붙은 처마가 고드름 자체의 무게로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혹한 속에서 경기지역 곳곳에서 고드름 등 피해(경기일보 19일자 6면)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한파 관련 피해 신고는 안전조치 259건, 구급 50건 등 총 309건이었다. 이 중 고드름 제거 신고가 117건이었다.
지난 18일 낮 12시56분께 안성시 공도읍 용두리에서는 요양원 건물 외벽에 고드름이 생겼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제거에 나섰다. 앞서 오전 9시45분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도 다세대주택 외벽에 생긴 고드름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가 들어와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터널이나 지하차도 등지에 생긴 고드름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도 잇따랐다.
처마에서 줄줄이 따다가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던 그 고드름은 이미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다. 고드름이 추억의 풍광에서 흉기로 변하고 있어서다. 각박해지는 세태가 못마땅하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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