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운칠기삼(運七技三)
25년 전 IMF 금융위기 시절, 대학에서 20년 가까이 강의를 하던 중 만년 적자인 자동차부품 회사를 인수해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자동차에 문외한인 터라 적잖이 고민하다가 결국 사업에 뛰어들었다. 40세 중년의 평범한 워킹맘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었다.
1억원에 인수했던 조그마한 회사는 경기가 살아나자 곧바로 일어섰고 20년 만에 연 매출 4천억원대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기업이 됐다. 이를 두고 남들은 ‘여성경제인 업계의 성공신화’라 하지만 뒤돌아보면 가시밭길과도 같은 고난의 순간이었다.
특히 경북 경산시에서 사업을 하다가 20년 전 사업다각화를 위해 평택에 자동차 섀시(차대)를 만들어 쌍용자동차에 납품하는 회사를 세운 것이 회사를 성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업을 하다 보면 잘만 나갈 것 같다가도 위기가 찾아온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77일간의 총파업은 하청기업으로서는 일손을 놓고 무작정 견딜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동 수출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도전과 혁신이 없었다면 주저앉았을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무리하게 한 발자국을 먼저 내딛기보다는 멀리 내다 보되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걷고자 했다. 기업인에서 초선 국회의원으로 정치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작년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산업부와 미래차 정책을 논의하다가 난관에 부딪혔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세계 주요국들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던 차에 우리도 자동차 회사의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는 법들이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대기업 재벌 특혜라는 정치권의 비판과 관련 부처들 간 갈등에 통과가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때 묘책이 떠올랐다. 미래차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되 자금력이 열악한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한정해 특혜 논란이나 부처 간 갈등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해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만여개의 부품기업이 있는데 이 중 9천개가 영세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80% 이상은 완성차 대기업에 하청을 받는다. 당장 대기업에 납품하기로 약속한 물량을 맞추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미래차 전환의 흐름에도 준비하고 대응할 여력조차 없다.
가뜩이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중고를 겪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바로 법안을 마련하고 발의했다. 골자는 자동차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는 동시에 부품 공급망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래차 인재도 육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박하다는 호소에 특별한 이견 없이 통과될 수 있었다. 중소기업과 여성기업을 대변하라는 당의 명령으로 국회의원이 된 이후 가장 보람된 순간 중의 하나가 됐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의 70%는 운에 달려 있고 나머지 30%만 기술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부단한 노력 뒤의 성공에도 더욱 겸손하고 감사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학 강사에서 중소기업인으로, 또 정치인으로서의 인생 3막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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