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손희정 “서울의봄, 남자 많아 숨막혀… 영화계 남성 서사 과잉”

김명진 기자 2023. 12. 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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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황정민 스틸컷.

여성학자이자 문화평론가인 손희정씨가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봄’에 나오는 배우진들이 남성 일색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우리 영화계의 남성 서사 과잉을 지적하면서 한국영화 전반에 ‘한남(한국 남자의 줄임말)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형성돼 있다고도 진단했다.

20일 영화계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 ‘한국영화’ 12월호에는 손 평론가와 송형국 평론가가 ‘서울의봄’을 두고 나눈 대담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한국사회의 군사주의와 남성성을 고찰하는 <서울의 봄>’이다.

손 평론가는 대담에서 ‘서울의봄’을 두고 “잘 만든 영화”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영화 보면서 숨이 막혔던 건 진짜 남자가 많다는 점이다. 비판이나 비아냥이라기보다 한국에 중년 남성 배우가 많고 한국영화가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이 중년 남성 배우들에게 응집돼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다소간 비판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평가하게 된다”고 했다.

손 평론가는 “김성수 감독도 황정민도 정우성도, 그리고 그 수많은 중년 남성 배우들, 정해인 배우까지도. 농담 같은 표현이지만 한국영화 장안에 ‘한남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형성돼 있고 그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기대가 사실 지금 한국영화의 거의 유일한 상업적 가치인 것처럼 얘기되기도 한다. <서울의 봄>은 그에 딱 맞아떨어져 성공하게 돼 있던 작품이었다”라고 했다.

손 평론가는 김성수 감독의 전작 ‘아수라’의 경우 흥행적으로 실패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수라>가 왜 이렇게 망했는가 고찰해보면, 김성수 감독이 남성성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며 “남성연대 위에 구축된 대한민국이 어떻게 파국이 될 수 있는가를 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씨는 그러면서 영화 ‘서울의봄’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노(No)로 가겠다”라고 했다. 그 이유로는 “군사주의에 대한 좋은 비판적 비평일 수 있었으나 김성수 감독은 여전히 ‘남자 사랑’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영화 ‘서울의봄’에서는 ‘전두광(배우 황정민)’ ‘이태신(배우 정우성)’ ‘정상호(배우 이성민)’ ‘노태건(배우 박해준)’ ‘김준엽(배우 김성균)’ 등 주연 배역 5인은 모두 남성이다. 조연 역할로 이름이 적힌 38인 중에서도 여성은 3명뿐인데, 모두 주요 등장인물의 ‘처’ 역할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서울의봄’은 개봉 27일만인 지난 18일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서울의봄’이 올해 안에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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