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美 자존심 건드린 日제철의 ‘US스틸’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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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명에 국가 이름이 들어간 회사는 국가대표의 위상을 갖고 자국민의 애정도 담뿍 받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 은행일 수밖에 없고, 독일 기업 아닌 도이치텔레콤을 상상할 수 없다.
철강산업에서 미국의 'US스틸'도 이런 회사다.
세계 최초 빌리어네어(10억 달러) 기업이자 다우지수 원년 멤버였던 역사적인 회사가 외국에 넘어가게 됐는데 하필 인수 기업이 '일본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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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일본제철은 US스틸 지분 전량을 주당 55달러의 현금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인수가격은 141억 달러(약 18조3000억 원)로, 4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에 성공하면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뛰어오르게 된다. 최근 일본제철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해외 사업에 주력하며 인도, 태국 등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US스틸은 미국 산업화의 상징과 같은 회사다. 1901년 ‘금융황제’ 존 피어폰트 모건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카네기스틸 등을 묶어 초대형 철강회사로 세웠다. 한때 세계 1위 철강 생산국 미국의 철강산업에서 3분의 2의 비중을 차지한 회사였다. 제너럴모터스 등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모두 US스틸의 철강으로 차를 만들었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미국 마천루의 뼈대를 US스틸이 세웠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일본, 한국, 중국 등의 연이은 부상으로 경쟁력을 잃고 쇠락해 지난해 기준 북미 3위, 세계 27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미국철강노조(USW)와 일부 정치인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밀접한 철강산업을 외국 기업에 넘길 순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는 1980년대 일본이 미국 주요 기업을 마구 사들였던 아픈 기억도 한몫하는 것 같다. 록펠러센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컬럼비아픽처스, 유니버설픽처스 등을 일본인들이 싹쓸이해 갔던 때다. 1989년 10월 9일자 뉴스위크는 ‘일본, 할리우드를 침공하다’는 제목하에 승리의 여신이 기모노를 입고 횃불을 든 모습을 표현했다.
▷최종 인수가 성사된다면 한국으로선 철강을 매개로 미국과 일본이 산업 동맹을 강화할 수 있어 신경이 쓰인다. 전기차, 풍력발전, 전력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철강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일이 핵심 공급망을 정비하게 된 것이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업고 미국 자동차 강판 시장 등을 선점하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가뜩이나 수요 부진으로 머리 아픈 철강업계에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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