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디지털 문맹의 시대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것을 문맹이라 한다. 요즘은 디지털 문맹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20년 9월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키오스크 사용 관찰 조사’에서 버스터미널 키오스크 이용 시, 70대 이상 노인의 약 60%가 표를 구매하지 못했다고 한다. 패스트푸드 키오스크에서는 관찰대상 5명이 모두 주문을 마무리짓지 못했다고 한다.
디지털 문맹이 겪어야 하는 설움은 버스터미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뿐만이 아니다.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은행지점들은 하나씩 문을 닫고 자동입출금기로 고객들을 내몰고 있다. 어제 시장에서 만원에 산 물건이 인터넷 쇼핑에서는 5000원에 팔리고 있단다.
불과 10여년 전까지 대부분의 필요한 정보를 네이버 카페에서 검색해 찾았는데, 젊은이들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한 정보를 글자를 통해 얻지 않는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무수히 많은 인터넷 공간에서 영상으로 된 정보를 얻고 또 자신을 알린다. 어느덧 글자의 시대가 가고 영상의 시대가 왔다. 글자의 시대에 읽을 뿐만 아니라 쓸 줄도 알아야 되듯, 영상의 시대에는 영상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영상을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 영상을 만드는 것이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나이든 사람도 자식이나 손주에게 영상편지도 만들어 보낼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이 키운 농산물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홍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먹고사는 세상이다. 그런 걸 혼자 힘으로 하지 못하면 슬프지만 디지털문맹에 속하게 된다.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
언제부턴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디지털문맹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노인들이 주위에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들어가 재미있는 영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으나, 점차 이들도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는 호기심의 단계를 넘어 자신이 지은 농산물을 홍보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자랑하는 영상을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용돈 보내주어 고맙다”고 자식들에게 영상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직은 일상에서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인들의 숫자가 많지 않으나 지금의 열기라면 현재 50∼60대가 노인이 되는 10년 후에는 일상생활에서 노인들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영상 제작과 사용이 일반화되는 날이 올 것이다.
영상제작의 특성상 초반 어느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아 개인이 소유하기 부담스러운 어떤 장비나 공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광역지자체와 공동으로 10여년 전부터 전국의 각시군구에 ‘영상미디어센터’를 만들었다. 각 지역에 설립된 센터는 하드웨어적인 기능을 넘어, 지역주민들이 모여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며 자연스럽게 지역의 특성에 맞는 영상물 제작으로 이어져 지방도시의 특색있는 문화형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제 지역축제에 가보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영상에 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다행히 강릉시에도 ‘영상미디어센터’와 ‘1인미디어센터’가 있어 시민들의 디지털문맹에서 벗어나거나 영상물 촬영, 편집교육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 센터는 단순히 노인뿐 아니라 모든 연령세대의 교육을 담당함으로써 시민들을 지역을 홍보하는 문화가이드로, 세일즈맨으로 키워내고 있다. 또한 지역 청소년들에게도 직접 마련하기 어려운 장비나 촬영공간을 제공해 그들을 미래의 영상문화 주역으로 자라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들 센터 덕에 강릉시는 영상문화예술 활동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구축하여 강릉시가 문화예술도시로서 자리매김 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이들의 가치는 단순히 오늘 하루의 경제적 효용성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큰 문화적 자산이다.
최근 강릉시에서 연인원 2만명이 이용하는 영상미디어센터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유난히 타이트한 내년의 지방재정 형편상 당장의 예산대비 효용성만을 고려하다 보니 일어난 해프닝으로 보인다. 강릉시와 강릉시 의회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문화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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