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딸 김주애의 부각이 심상치 않은 이유[동아시론/김정]
3대 정권세습 세계적으로 유례 찾기 어렵지만
권력 불확실성 줄이는 평양 엘리트 선택일 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3세의 나이에 ‘당중앙’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26세의 나이에 ‘대장’으로 각각 세상에 호칭을 알리면서 후계자의 지위를 공식화했다. 2세대 및 3세대 승계 경험에 비춰 보면 김주애가 9세의 나이에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등장하고 1년 만에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진화하며 4세대 승계를 기획하고 있는 사태는 분명 예외적인 일이다. 다만 그 파격성에 지나치게 주목한 나머지 김주애 현상의 배면을 관통하는 북한의 체제 속성을 간과하는 작금의 공론에는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주애 현상은 국내 정치 차원에서 북한의 체제를 규정하는 속성 가운데 ‘권력세습국가’의 측면을 상징한다. 정권을 세습하는 권위주의 체제는 승계의 위기에 취약하다는 통념과는 달리 북한은 ‘백두혈통’ 2세대 및 3세대로의 권력 이양을 안정적으로 달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에 존재했던 절대군주 체제 혹은 가족독재 체제 등 ‘권력세습국가’는 모두 27개국이었는데, 그 가운데 한 혈통 안에서 세 번째 권력 이양에 성공한 사례는 북한과 니카라과 두 나라뿐이었다. 니카라과를 50년 가까이 통치했던 소모사 가문의 사례는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르시아, 그의 장남 루이스 소모사데바일레, 그의 차남 아니스타시오 소모사데바일레로 이어진 권력 이양이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3세대로의 승계가 아니었고 그 이후 권력 세습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권력세습국가’로서 북한의 3세대에 걸친 ‘백두혈통’ 정권 승계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 사례인 셈이다.
김주애 현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만약 평양에서 전대미문의 4세대 권력 이양에 성공한다면, 그 이유는 국내 정치 차원에서 북한의 체제를 규정하는 또 다른 속성인 ‘개인독재국가’에서 찾아야 한다. 파벌 조직의 공존을 통해 통치 엘리트들의 권력 공유를 제도화한 ‘일당독재국가’ 혹은 ‘군부독재국가’의 집단지도 체제와는 달리 ‘개인독재국가’는 말 그대로 독재자 1인에게 정당 및 군부의 제도적 권력을 집중시켜 놓은 정치 체제다. 그 핵심에는 집권 세력 가운데 일종의 당내 야당 역할을 맡아 통치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반대 파벌의 부재가 있다. 조선노동당은 애초에 만주파, 갑산파, 연안파, 소련파, 남로당파 등 파벌 조직의 연합체로 출발했던 북한의 집권당이었다. 6·25전쟁 이후 남로당파, 1956년 8월 종파사건 이후 연안파 및 소련파, 1967년 반당반혁명종파사건 이후 갑산파가 차례로 숙청당하면서 김일성의 만주파에 통치의 긴장감을 불어넣을 당내 야당의 존재 기반 자체가 사라졌다. 당내 파벌의 합종연횡으로 집권 세력의 구성을 결정하는 집단지도 체제가 작동한다면, 혈통을 따라 권력 승계가 이루어지는 ‘권력세습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3세대에 걸친 ‘백두혈통’의 정권 이양은 조선노동당 내부의 경쟁 파벌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독재자 1인에게 정당 및 군부의 권력 자원을 제도적으로 집중시킨 ‘개인독재국가’의 성립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던 셈이다.
‘권력세습국가’가 ‘개인독재국가’의 함수라고 한다면, 김주애 현상은 정권 승계의 규칙을 독재자 1인이 결정하는 북한 체제의 속성에서 비롯한다. 당내 야당이 부재한 평양의 통치 엘리트들에게 ‘백두혈통’의 4세대 정권 세습은 권력 이양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권력 공백을 미연에 방지하며, 권력 승계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원활하게 이끌어내는 제도적 효과가 있다. 승계의 규칙을 바꿀 유인이 부재하고, 세습의 관행을 타파할 능력 또한 부재할 때, 김주애 현상은 평양의 통치 엘리트들이 선택한 일종의 ‘편승(便乘) 전략’의 귀결인 셈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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