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동전주 전락 못 막나
신사업 성장에도 백화점 실적 부진에 고전
19일 1035원 장 종료…20여일간 1100원대도 못 올라
[더팩트|윤정원 기자] 상장 10개월차에 들어선 한화갤러리아의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전략본부장(부사장)의 진두지휘에도 불구하고 1000원 미만의 '동전주'로 전락하기 일보직전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19일 전 거래일(1030원) 대비 0.49%(5원) 상승한 103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1028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한화갤러리아는 장 초반 1024원까지 고꾸라졌지만 다행히 오전 10시경 상승세로 전환, 동전주로의 추락은 방어했다.
한화갤러리아(갤러리아 부문)는 당초 한화솔루션의 100% 자회사였으나, 2021년 한화솔루션에 합병됐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인적분할이 결정됐고, 올해 3월 2일부로 신설법인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이어 3월 31일부로 유가증권시장에 발을 들였다. 상장 첫날에는 시초가를 2080원에 형성한 뒤, 장 초반 23.33% 하락하다 장중 24.41% 상승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 '파이브가이즈'에 '이베리코'까지…신사업 박차
한화솔루션의 지원 하에 면세점 사업에 대한 부채를 덜어낸 한화갤러리아는 분할과 상장을 시작으로 신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김동선 부사장의 행보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 측에서는 경영 효율성 제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한화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탓이다.
김 부사장이 추진한 대표적인 신사업은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론칭이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도입을 확정지었고, 한화갤러리아의 신설과 함께 파이브가이즈 추진 작업에 속도를 냈다. 올해 6월 강남대로에 1호점을 냈고, 지난 10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2호점을 열었다. 내년 2월 경에는 서울 서초구 신세계 강남점 지하에 3호점이 문을 열게 된다. 한화갤러이아 측은 향후 5년 내 파이브가이즈를 15개 점포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파이브가이즈는 현재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파이브가이즈 한국 사업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에 따르면 당사의 올해 3분기 기준 매출은 36억 원 규모다. 이는 국내 1호점인 강남점 매출만 반영된 수치다. 1호점과 2호점이 여전히 '오픈런'이 당연시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수익률 측면에서는 안정궤도에 있는 셈이다.
김 부사장은 이베리코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이베리코는 스페인 세비야 북부의 시에라 모레나 국립공원 내에서 사육되는 100% 순종 흑돼지다. 스페인이베리코협회(ASICI)의 인증을 받아야 하며, 세계 4대 진미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김 부사장은 갤러리아에 걸맞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스페인 현지 농장을 직접 찾는 등 열정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한화갤러리아는 비노갤러리아를 통한 와인 수입을 시작한 상태다.
◆ 정작 본업인 백화점에 '발목'…실적 내리막길
최근 신사업 부문만 살펴보면 한화갤러리아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인다. 하지만 본업인 백화점 부문은 수익이 떨어지고 있어, 당최 수익 구조가 개선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화갤러리아 매출은 1200억 원, 영업이익은 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매출 1265억 원‧영업이익 77억 원) 대비 매출은 4.45%, 영업이익은 74.0% 쪼그라든 수치다.
올해 백화점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고는 하나 한화갤러리아는 경쟁사와 비교해서도 실적 하락 폭이 더욱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7530억 원)과 신세계백화점(6043억 원)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 0.9%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는 3분기 매출액이 5802억 원으로 3.5%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 명품관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던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 명품관의 올해 1~10월 누적 매출액 또한 전년 대비 8%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실망감을 키운다.
본업 성적표가 부진하니 주가가 고전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음료 사업부문은 한화갤러리아 매출 비중의 1.2%에 불과해 도움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1월 27일 1085원으로 장을 마친 이래로 1100원대로도 오르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화갤러리아의 종가는 △11월 28일 1052원 △29일 1046원 △30일 1041원 △12월 1일 1028원 △4일 1031원 △5일 1017원 △6일 1009원 △7일 1014원 △8일 1015원 △11일 1026원 △12일 1044원 △13일 1023원 △14일 1026원 △15일 1043원 △18일 1030원 △19일 1035원 등으로, 20여 일 동안 1000원의 늪에 갇혀 있다.
◆ 김동선 자사주 매입 효과 '깜깜 무소식'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김 부사장의 주식 매입도 주가 부양에는 힘을 못 쓰는 형국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 4월 12일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25만 주를 사들였다.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7일부터 13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5만주씩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했다. 이를 통해 보유주식은 기존 239만3860주에서 264만3860주로 늘었다. 지분율도 1.22%에서 1.34%로 0.12%포인트 상승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실적과 주가 부진은 곧 개선될 것이라는 견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등 대체 소비가 증가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줄어든 게 주가에도 다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에 실적이 개선되면 주가도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명품관, 수원 광교, 대전 타임월드 등 트로이카 점포를 주축으로 '명품'과 'VIP' 관련 콘텐츠를 강화해 프리미엄 백화점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명품관의 경우 외국인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15% 이상으로 올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해 새로운 공간 조성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4월 명품관과 도보 5분거리에 있는 신사동 부지와 건물을 895억 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는 동시에 명품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광교점의 경우, 오픈 4년차로 상품군 리밸런싱을 진행했다. 올해 LG 매장을 대대적으로 리뉴얼(7월)했고 삼성 매장 내에 스타벅스를 오픈하여 고객 유입효과를 거뒀다"며 "특화 스포츠 브랜드 매장 등의 집객형 콘텐츠 유치로 올해 12월 나이키 메가샵을 열었다. 내년 2월에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론진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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