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지방소멸과 지방언론의 역할
지방언론이 지역문제 해법 찾아
중앙과 실핏줄처럼 협력하도록
정부·정치권 발빠른 지원 시급
최근 전국 곳곳을 누볐다. 지역을 방문할 땐 KTX와 항공기, 차량을 이용했다. 출발지인 서울과 도착지인 지역 주요 공항·KTX역·고속도로 나들목은 전반적으로 번잡했다. 지역 일정을 끝낸 뒤 상경하려 KTX 티켓을 구입하다가 진이 빠지기도 했다.
수년 전 미국에서 근무했을 당시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찾았다. 미국 대선을 전후한 때였다. 러스트 벨트는 제조업이 크게 발전했다가 쇠퇴한 공업 지역이다. 주로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주 등 미국 동부 지역을 가리킨다. 러스트 벨트의 투표 성향은 2016년과 2020년 정권 교체 과정에서 고스란히 반영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출마 때만 해도 워싱턴 정치의 아웃사이더였지만, 러스트 벨트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러스트 벨트는 로널드 레이건이 승리한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2012년까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이기지 못했던 곳이다. 2020년엔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러스트 벨트 승리를 정권 탈환의 기폭제로 삼았다. 쇠퇴한 지역의 민심은 그렇게 당을 달리한 여당 후보에 연이어 패퇴를 안겼다. 국내에도 ‘한국판 러스트 벨트’가 적지 않다. 쇠퇴한 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 소멸 현상이 확인된다. 지방의 많은 기초 마을엔 60대 청년회장이 차고 넘친다.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 소멸을 뜻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행정안전부가 내년부터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하고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에 지역 소멸 문제 해결사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혁명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데, 정부와 정치권은 한가한 모습이다. 지방 발전에 진력하는 여야 의원들을 한꺼번에 만난 적이 있다. ‘지방 발전에 가장 장애 요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들은 입을 맞춘 듯 답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입니다.”
수도권 지역구 정치인들의 전면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을 방치해서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 2020년대 여야 정치권의 싸움은 대한민국호 소멸 현상을 평가할 후손들로부터 ‘나라를 구하지 못한 정쟁 놀이’로 규정될 여지마저 있다.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다른 지역까지 함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여러 지역을 단시간에 돌아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서울 출마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지방 곳곳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한가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지역 소멸은 우리 사회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제대로 대응책을 수립하지 못하면 정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방지를 위해 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민청 신설을 통한 이민 제도 개선까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방 소멸을 늦출 방안은 다양하게 찾으면 찾을수록 좋다. ‘뉴스 사막화’ 방지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지방 언론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담대한 태도가 필요하다. 전국의 고른 발전을 내건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지방 언론마저 중앙을 바라보도록 방치·조장하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 지방 언론이 대한민국호 소멸 방지에 공동 노력하는 모습을 만들어 보자. 정부라면 지방 언론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문제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매체로 거듭나게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을 실핏줄처럼 잇는 지방 언론이 제 역할을 할 때 지방 소멸도 늦춰질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 소멸 이전에 정부·정치권이 먼저 소멸할 수도 있다.
박종현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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