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여성 연방대법관, 대법원에서 미국인과 작별

김태훈 2023. 12. 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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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샌드라 데이 오코너(1930∼2023) 전 대법관의 관(棺)이 고인이 생전에 몸담았던 대법원 청사에 안치돼 미국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대법원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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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법원 청사 내 그레이트홀에 관 안치
19일 바이든 등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 엄수
미국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샌드라 데이 오코너(1930∼2023) 전 대법관의 관(棺)이 고인이 생전에 몸담았던 대법원 청사에 안치돼 미국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대법원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식은 19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1981∼2006년 재임)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의 관이 안치된 대법원 청사를 찾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그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가 고인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현직 대법관, 생존해 있는 전직 대법관, 과거 오코너 밑에서 재판연구관을 지낸 법조인 등이 대법원 청사에 모여들었다. 대법원 청사 내 그레이트홀에 안치된 오코너의 관에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고인의 관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대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조문객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과 그의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오코너는 과거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주검찰청 검사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의 검찰총장과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했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고인의 관 앞에 세워진 영정 속 초상화를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오코너가 93세를 일기로 타계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고인을 “선구자”(trailblazer)라고 부르며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본질과 중요성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태어난 고인은 애리조나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1952년 캘리포니아 주검찰청 검사로 임용되며 공직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만 해도 남녀차별이 극심하던 때라 대형 법무법인(로펌)이 변호사를 지망하는 고인에게 “변호사는 안 되고 로펌 비서를 하라”고 제안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애리조나 주정부 법무부 차관과 주의회 상원의원 등을 지낸 고인은 애리조나 주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1981년 당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에 임명됐다. 1789년 대법원 창설 이래 거의 200년 만에 탄생한 첫 여성 대법관이었다. 당시 나이는 51세였다.
최근 93세를 일기로 타계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미국 연방대법관의 관이 장례식을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대법원 청사 내 안치를 위해 운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원래 보수 성향이었던 고인은 대법원에서 일하는 동안 차츰 중도로 옮겨갔다. 진보와 보수가 4 대 4로 팽팽히 맞선 핵심 사건마다 결정적 한 표, 이른바 ‘스윙보트’를 행사하며 대법원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미국 법조전문기자 제프리 투빈은 대법원 뒷얘기를 다룬 책 ‘더 나인’(2010)에서 고인을 가리켜 “미합중국 역사상 나라 전체에 그렇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여성은 전혀 없었고, 그러한 영향을 미친 남성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고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년까지 25년간 대법관을 지내고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76세로 아직 건강했지만 치매에 걸린 남편 간병을 위해 대법원을 떠나는 길을 택했다. 그 남편과 2009년 사별한 뒤로는 비영리단체를 세우고 ‘치매 치유 전도사’를 자처했다. 미 전역을 돌며 왕성한 강연과 봉사활동을 했다. 하지만 2018년 본인도 치매 진단을 받고 말았다. 그 직후 대법원 앞으로 보낸 편지 형식의 글에서 “치매와 함께하는 삶의 마지막 단계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축복받은 내 삶에 대한 감사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더는 공개 석상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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