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여성 연방대법관, 대법원에서 미국인과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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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샌드라 데이 오코너(1930∼2023) 전 대법관의 관(棺)이 고인이 생전에 몸담았던 대법원 청사에 안치돼 미국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대법원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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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바이든 등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 엄수
고인의 관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대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조문객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과 그의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오코너는 과거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주검찰청 검사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의 검찰총장과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했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고인의 관 앞에 세워진 영정 속 초상화를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오코너가 93세를 일기로 타계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고인을 “선구자”(trailblazer)라고 부르며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본질과 중요성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태어난 고인은 애리조나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1952년 캘리포니아 주검찰청 검사로 임용되며 공직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만 해도 남녀차별이 극심하던 때라 대형 법무법인(로펌)이 변호사를 지망하는 고인에게 “변호사는 안 되고 로펌 비서를 하라”고 제안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고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년까지 25년간 대법관을 지내고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76세로 아직 건강했지만 치매에 걸린 남편 간병을 위해 대법원을 떠나는 길을 택했다. 그 남편과 2009년 사별한 뒤로는 비영리단체를 세우고 ‘치매 치유 전도사’를 자처했다. 미 전역을 돌며 왕성한 강연과 봉사활동을 했다. 하지만 2018년 본인도 치매 진단을 받고 말았다. 그 직후 대법원 앞으로 보낸 편지 형식의 글에서 “치매와 함께하는 삶의 마지막 단계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축복받은 내 삶에 대한 감사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더는 공개 석상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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