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만 할 일 하는, ‘경성크리처’[한현정의 직구리뷰]

전반부는 버린 게요?

‘경성크리처’. 사진 i 넷플릭스

온갖 장식을 달았지만 그만큼 빛나진 못한다. 값비싸고 좋은 것들로만 꽉꽉 채웠건만, 재미는 술술 새어나가니 이토록 밋밋할 수가.

흥미로운 설정, 다채로운 볼거리, 다이내믹한 이야기, 화려한 캐스팅이 완전한 ‘부조화’를 이루니, 오글거림의 늪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렵다. 주연 배우들마저 어색한 연기로 실망의 불씨에 기름을 들이붓는다. 무한 땔감에도 좀처럼 타오르질 못하는, ‘경성 크리처’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경성 크리처’는 1945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신파 스릴러 크리처물. 어둠의 시대, 그저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긴박하고도 처절한 이야기를 담는다.

‘파트1’에는 경성 최고의 자산가이자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인 장태상(박서준 분)과 엄마를 찾아 경성까지 온 만주의 토두꾼(실종자들을 찾는 사람)인 윤채옥(한소희 분)의 만남, 그리고 일본의 잔혹한 생체 실험 아래 탄생한 비운의 크리처물, 그 비극적인 사연과 (크리처의) 충격적인 정체가 담겼다.

박서준 한소희. 사진 I 넷플릭스

장태상은 금옥당의 대주이자 (사람이든 돈이든 물건이든)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그를 거쳐야 하는 제1의 정보꾼. 어느 날 경무국에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간 그는 이시카와 경무관에게 벚꽃이 지기 전까지 사라진 자신의 애첩 ‘명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모든 재산을 빼앗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모든 것을 동원해도 좀처럼 단서를 찾지 못해 애가 타는 순간, 토두꾼 윤채옥 부녀(한소희 조한철)를 만난다. 채옥은 실종된 어머니를 찾던 중 태상의 도움을 얻기 위해 그와 손잡고, 그들은 모든 의심이 향하는 옹성병원에 잠입한다. 그러다 옹성병원이 감춘 거대한 비밀, 병원 아래 숨겨진 ‘괴물’과 마주하게 되고, 그 정체를 알고 절망에 빠진다.

작품은 경성 시대와 크리처물이 접목된 흥미로운 복합장르. ‘판의 미로’와 ‘에이리언’을 합친 듯한 크리처의 비주얼부터 화려하고 낭만적인 금옥당, 금옥당을 중심으로 은밀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월광바, 소시민의 삶이 깃들어있는 본정거리, 거대한 비밀이 숨겨진 옹성병원까지 1945년의 경성을 재해석한 공간들과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의상과 소품, ‘안구정화’ 남녀 주연의 비주얼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눈길을 끈다.

‘경성크리처’ 포스터. 사진 i 넷플릭스

문제는 알맹이다. 크리처 장르가 주는 스릴과 시대극의 묵직함, 쇼뮤지컬을 보는듯한 화려하고도 경쾌한 리듬,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톤 앤 매너가 전혀 조화롭지 못하게 따로 논다. 불협화음의 향연이다.

특히 작품 초반부를 담당하는 박서준 한소희 위하준, 주연 배우 3인방의 연기력은 기대 이하다. 베테랑 조연 배우들의 든든한 열연에도 좀처럼 그 구멍이 메워지지 않는 민망한 수준이다. 어색한 말투, 단순하고도 평면적인 캐릭터 표현, 좀처럼 조화롭지 못한 케미, 작품을 이끌어야 할 위치에서 오히려 겉돌고 있으니 단연 몰입이 안 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로지 생존하고자 존버한 태산(박서준), 강인한 야생의 전사 채옥(한소희), 친일의 자손임을 부끄러워 하며 몰래 독립 활동 중인 준택(위하준)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대립하지만 이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연대감을 쌓는다.

하지만 제각각 따로 노는 배우들의 톤과 색깔이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니 여기저기서 튄다. 설정은 그저 설정일뿐 의도대로 전달되질 못한다. 특히 ‘개츠비’를 연상시키는 박서준의 등장과 코미디, 특유의 로코 연기는 식상하다. 이 진부한 케미들은 전반부의 매력을 앗아간채 지루함을 몰고 온다.

흥미로운 설정과 다채로운 볼거리, 크리처의 높은 완성도에도 재미가 기대만 못하고, 장르적 쾌감이 치솟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웃기고, 설레고, 긴장되고, 뭉클해야 할 저마다의 구간에서 적재적소에 터지질 못하니 어정쩡하고 산만하게 느껴진다.

초반부 오글거림을 극복해낸다면 그나마 중반부부터는 무난하게 완주할 수 있다. 내내 열일하는 크리처 덕분이다. 기구한 운명에서 태어난 이 크리처는 무시무시한 포스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한편, 그 정체가 밝혀진 뒤에는 애절한 ‘신파’로 먹먹함마저 자아낸다. 진정한 주인공다운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친다. 추신, 엄마 좀 그만 내비둬라...

총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파트1’은 오는 22일 먼저 공개되고, 파트2는 내년 1월 5일 베일을 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