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일본 마루타와 K-크리처물이 만났을 때 [TV보고서]

이민지 2023. 12.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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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제공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크리처물이 온다.

12월 22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경성크리처' 측은 22일 공개되는 파트1 7회분량 중 6회를 사전 시사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했다. 공개된 6회분에서는 옹성병원의 비밀과 크리처의 탄생, 장태상(박서준 분)과 윤채옥(한소희 분)의 만남, 이들의 공조가 그려졌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경성크리처' 속 크리처의 탄생기다. 1945년 일제강점기, 도쿄 공습 직후라는 이야기의 배경은 가장 한국적인 크리처를 가능하게 했다.

정동윤 감독이 "'우리는 우리만의 크리처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서 크리처의 기원이 되는 기생충부터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었다. 외형적인 모습이나 능력도 히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든 '경성크리처'는 시대상을 이 크리처의 탄생과 유려하게 연결했다.

크리처를 만들어내는 옹성병원의 일본 군인들은 엽기적인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 731부대를 연상케 한다. 조선인들은 이들의 생체 실험에 마루타로 이용 당하며 고통을 겪는다. 영문도 모르고 옹성병원에 끌려온 이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이 진행되고 결국 거대한 괴물, 크리처가 탄생하는 것.

민족의 비극과 크리처의 히스토리를 접목시킨 실험은 '경성크리처'만의 한과 슬픔이 가득한 크리처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경성 최대 규모의 전당포인 금옥당의 대주이자 본정거리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장태상은 살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량 같고, 이기적으로 보이고, 때로는 지질해 보이기도 하는 장태상은 크리처와 맞서는 강인한 남자 주인공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다르다. 그의 과거사가 조금씩 드러날수록 그가 삶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고, 결정적인 순간 내리는 그의 선택과 행동들 역시 납득하게 된다.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소문난 토두꾼 윤채옥은 차분하게 저돌적인 모습으로 빛나는 인물.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겁없이 움직이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10년이나 찾아 헤맨 어머니(강말금 분), 그리고 크리처의 비밀에 닿은 순간 가장 크게 무너져 내리며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장태상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나월댁(김해숙 분), 아내를 찾아 10년을 헤맨 채옥의 아버지 윤중원(조한철 분), 장태상의 친구이자 친일파 아버지를 둔 독립군 권준택(위하준 분) 등 각 캐릭터들의 개성도 도드라진다. 크리처에 미친 가토(최영준 분), 이치로(현봉식 분) 등 일본군의 소름 끼치는 면모나 옹성병원 후원자 마에다(수현 분)의 속을 알 수 없는 행보는 크리처 장르물의 매력을 십분 살린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 설명을 위해 할애한 몇몇 장면과 대사의 작위적인 면. 이를테면 '개츠비'를 떠올리게 하는 장태상 캐릭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대사와 상황은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지 않는 느낌을 준다. 장태상과 윤채옥의 멜로는 전반적으로 절제되게 그려지고 이들의 서사는 충분히 설득력을 가져 장르물 속 멜로에 거부감을 갖는 시청자들도 거슬리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초반 장태상이 윤채옥에 빠진 모습이 급발진으로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또 독립군 캐릭터들을 등장시키지만 다소 무능하고 이기적으로 그린 부분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 부분은 파트2 이후 진행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장점도 확실하다. 앞서 언급했듯 크리처의 기원을 잘 쌓은 덕에 그로 인한 크리처의 서사, 크리처와 맞서야 하는 이들의 복잡한 심경 등이 단순히 크리처를 없애는 것이 목표인 크리처물에 비해 다른 감정선을 가져다준다. 단순히 인간과 괴물의 대립이 아니라 역사적 비극과의 조화가 특장점. 회당 60분 이상의 긴 러닝타임, 꽤 많은 인물들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옹성병원과 금옥당 등 두 장소에 집중해 서사의 낭비를 줄였다.

한편 '경성크리처' 파트1은 2023년 12월 22일, 파트2는 2024년 1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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