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삼킨 괴물 vs 괴물 만든 인간···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리뷰]
1945년 일제 강점기 경성 배경
일본군의 무기로 탄생한 괴물
크리처물 외형 쓴 ‘시대물’
해방의 기운이 짙어지는 1945년의 경성. 초조해진 일본의 조선인 탄압이 점점 심해진다. 선전물을 돌리던 청년들은 체포돼 일본군으로 징집되고, 거리에는 칼을 찬 일본인들이 위협적으로 돌아다닌다. 어두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인 장태상(박서준)의 삶은 화려하기만 하다. 그는 ‘독립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갖고 있는 것을 지키면서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그의 목표다. 꽤 괜찮았던 그의 삶은 경무국의 실세 이시카와로부터 실종된 자신의 연인을 찾아내라는 협박을 받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경성크리처>가 오는 22일 공개된다.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은경 작가, 박서준과 한소희라는 유명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4~18일 언론에 파트1의 7개 에피소드 중 6개를 선공개했다.
태상은 이시카와의 연인인 기생 명자의 행방을 알기 위해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토두꾼 윤채옥(한소희) 부녀와 계약을 맺는다. 채옥은 10년 전 만주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찾고 있다. 둘은 명자의 행방을 쫓다 일본 고위직들만 다닌다는 군 관할의 옹성병원에까지 잠입한다. 그리고 병원 지하에서 일본군이 탄생시킨 기괴한 괴물, 크리처와 맞닥뜨린다.
<경성크리처>는 크리처물의 외형을 쓴 가볍지 않은 시대물이다. 공룡 가죽처럼 두꺼운 피부, 등에 달린 긴 촉수와 갈퀴, 인간의 서너 배에 달하는 몸집을 가진 괴물은 일본군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잔인한 생체실험의 결과다. 옹성병원의 지하 실험실에는 혀가 잘린 조선인들의 머리, 탯줄조차 끊기지 않은 갓난아기가 담긴 유리병들이 가득하다. 실험실 옆 감옥에는 생체실험 대상인 조선인들 수십 명이 공포에 질린 채 갇혀 있다. 일본군은 괴물을 전쟁에서 이길 새로운 무기로 쓰려 하지만, 괴물은 생각보다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다. 괴물은 일본군과 조선인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인다.
시리즈에는 어수선한 시대에 다양한 선택을 한 인간들이 등장한다. 독립운동을 하던 어머니를 어린 나이에 잃고 ‘나랏님도 뺏긴 나라를 내가 어떻게 찾느냐’며 냉소하는 태상, 기회가 있다면 단 한 명의 조선인이라도 더 구하려 목숨을 거는 채옥, 조선인이면서 일본에 부역해 생체실험에 앞장서는 병원장, 독립운동에 앞장섰지만 고문 위협을 받자 동료를 배신하는 사람, 난세를 재력으로 뚫고 나가려는 기업가.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은 생체실험을 당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다.
수백, 수천의 보통 사람들의 희생 끝에 탄생한 괴물은 그 자체가 거대한 상징이다. 괴물의 몸집은 촉수로 인간의 피를 빨아먹을 때마다 더 단단해지고 더 커진다. 병원 지하에서 도망치던 태상이 “밖에 있는 괴물은 피한 것 같은데”라고 말하자 채옥은 이렇게 답한다. “글쎄, 어느 쪽이 더 괴물일까.”
정동윤 감독은 19일 서울 용산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드라마엔 슬픔의 정서가 녹아 있다. 그게 <경성크리처>만이 갖는 특이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성크리처> 파트1은 22일에, 파트2는 내년 1월5일에 공개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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