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위기 제주 의료…“변해야 산다”

나종훈 2023. 12. 1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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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치료 받기 위해 병원 응급실에서 기다리던 한 환자가 숨졌습니다.

한 고위험 산모는 제주에 병상이 없어 헬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가서야 아이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올해 제주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공백 위기에 놓인 제주 의료의 현주소, 나종훈 기자가 진단해봤습니다.

[리포트]

10여 년 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반복되는 설사와 복통에 병원을 찾은 기철 씨.

제주에서 종합병원을 다 돌아봐도 장 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뿐 정확한 병명은 듣지 못했습니다.

[양기철/원정진료 환자 : "한 2주 동안 입원을 했는데 검사 진료만 하고 병명은 모르겠대요. 그래서 육지(다른 지역) 병원에 갔는데 이제 그 병(크론병)이 맞아요."]

그날 이후 일상이 된 원정 진료.

한 달에 한 번씩 수도권 병원을 찾는 일정을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양기철/원정진료 환자 : "그 지역에 있는 저랑 똑같은 환자들은 아침에 와서 진료 보고 주사 맞고 그냥 집으로 가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갈 데가 없잖아요."]

이처럼 원정 진료를 떠나는 제주도민은 한해 14만 명을 넘습니다.

이들이 내는 진료비도 해마다 늘어 이젠 2천억 원을 훌쩍 넘었을 정도입니다.

의사들도 제주를 떠나고 있습니다.

의료진 부족으로 제주대병원은 어렵게 유치한 난임센터를 반납했습니다.

한라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 운영을 중단했고, 서귀포의료원 정신의학과는 2021년 이후 무기한 휴진상태입니다.

2022년 기준 국내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2.18명.

가장 높은 서울은 3.47명, 제주는 절반 수준인 1.79명에 그칩니다.

[김우정/제주대병원 진료 부원장 : "주변 여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과도한 업무에 비해서 또 여러 가지 지원이 적기 때문에 버티지 못하는 그런 의료인들도 많아지고 있고 그런 의료인의 이탈이 결국에는 의료의 공백을 부르고."]

열악한 의료 인프라 속에 저출생 고령화도 제주가 맞딱뜨린 심각한 과제입니다.

인구 자연감소를 뜻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지속되면서 2027년엔 제주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일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박형근/제주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 "65세 이상 인구들이 전 국민 평균보다 거의 3배 가까운 의료 이용과 의료비를 쓰고 있거든요. 그러면 앞으로 굉장히 빠른 의료 수요, 환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요."]

커가는 공백 위기에 처해진 제주 의료.

위기에서 벗어날 변화의 움직임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나종훈 기자 (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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