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시장 전망, 그 출발은 ‘수요자들 마음 들여다보기’[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늘 그렇듯 시장을 전망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의 시장은 더욱 변화무쌍하고 변화의 속도도 빨라졌다. 개개인의 삶의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더 빨라졌는지 모른다.
올해 우리나라 집값은 하락을 점치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6~7% 급등했고 2021년 전국적으로 67만호에 육박했던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는 30만호를 밑도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역전세가 속출하고 전세사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수요자들의 공포감도 극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규제를 포함한 주택규제를 완화하고 점차 금리가 안정되면서 다시 집값은 반등했다. 반등 속도도 빠르고 오르는 폭은 전고점을 뛰어넘기도 했다.
예상을 빗나간 집값 전망은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집값 전망을 당초 2.2% 하락에서 1.8% 상승으로 최근 긴급 수정했다. 미국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 감소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신규 주택공급이 크게 늘지 못한 상황에서 모기지 금리가 2%대에서 7%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30년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소유자들이 기존 주택을 매도하고 새 주택을 살 경우 고금리 부담을 감수해야 하므로 거래를 기피한 것이 중고주택 매물 감소를 불러왔다. 실제로 미국 월간 주택 판매량이 2020~2021년 680만가구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400만가구 수준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오피스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재택근무가 기업의 업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고 공실률 증가 및 임대료 하락에 따른 오피스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시나리오였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전문회사 코스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공실률은 각각 16.3%와 2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런던의 공실률도 9%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중국 베이징(24%)과 상하이(21%)도 빈 사무실이 늘어가면서 오피스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사정이 좀 달랐다. 상업용부동산 조사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2.2%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임대료도 전년 동기 대비 10% 올라 상승 추세다. 잘 갖춰진 교통 인프라 및 협소한 국토 여건상 집중 대면 근무가 효율적이라 주요 50대 기업의 재택근무 비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향후 신규 대형 오피스 공급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약 13만2000㎡(4만평)에 그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오히려 물가 상승에 따른 임대료 상승까지 전망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거되지 않는 시장의 위험과 예측하지 못한 정부 정책 등의 외생변수는 시장 전망의 예측 밖 범위에 있다. 그러나 집단지성의 힘이 시장의 트렌드를 만들고 영리한 투자자를 키워내는 세상에서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전망이 빗나간 이유에 대한 궁색한 변명보다 시장에 대한 밀착과 수요자들의 마음을 읽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본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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