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수사 시작되자 증거인멸 시도 간부…항소심서 선처 구해

출소 1주년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정명석(왼쪽)과 정조은(본명 김지선·44). /사진제공=대전지검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기독교선복음교회(JMS) 정명석(78)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 인멸을 지시한 JMS 간부 2명에게 검찰이 1심과 같은 실형을 구형했다.

19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김병식)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JMS 대외협력국 국장 A씨(60)와 차장 B씨(36)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선고된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를 제기했다. 피고인 측은 A씨만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양측이 추가 제출 증거는 없고 기존 증거에 의견을 내지 않겠다고 하자 재판부는 항소심 첫 기일에 결심 절차를 진행했다. 양측은 피고인 신문 또한 생략했다.

검찰은 "피해자 관련 수사에 대비해 휴대전화 교체 취지의 지시를 내리고 실제로 교체해 증거를 인멸하도록 교사했다"며 "정조은과의 문자를 살펴보면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하기 전부터 다른 피해 여신도에게 접근해 정명석을 고소·고발하지 않도록 회유하고 성비위를 은폐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A씨와 B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과 2년을 각각 구형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교도소에서 매일 밤 성찰하고 뉘우치며 이 범행도 쉽사리 예견하지 못했다. 내부 사정 유출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 모이자 휴대전화 교체 등을 논의했다"며 "여생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했다.

법정에 선 A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부도덕한 행동으로 상처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다시 사과드린다"며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죄짓지 않고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9일 오후 1시50분쯤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A씨와 B씨는 2021년 9월 홍콩 국적 여신도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주변에 호소하자 지인을 홍콩으로 보내 회유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월부터 4월에는 JMS 주요 간부와 화상회의를 하며 성폭행 수사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정명석이 출소한 2018년 이후 성범죄 또는 성비위 발생 사실을 여러 차례 인지했음에도 피해 호소 신도들 얘기를 들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며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B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