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 회장 “HMM 인수 자금 이미 확보…해운 글로벌 5위 안에 들겠다”

이진주 기자 2023. 12. 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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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가 ‘6조4000억원 수준’ 추정
증권 매각·영구채 발행으로 충당
벌크 전문 팬오션과 시너지 기대
HMM 주식 전환 유예 요청 논란
“매각자 측, 안 받아줄 가능성 커”

HMM(옛 현대상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66)이 19일 “인수 자금은 이미 확보돼 있다”며 매각 본계약 체결을 자신했다. 다만 특혜 시비를 부른 ‘영구채 주식 전환 3년 유예’ 이슈와 관련해서는 채권단 측과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하림이 인수 주체로 내세운 팬오션·JKL 컨소시엄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매각자 측과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본계약을 체결하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림 측은 이어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 수급 및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수 가격을 비롯한 구체적인 입찰 내용과 세부 협상 조건에 대해서는 매각자 측과의 비밀유지 계약으로 공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업계에는 하림이 제시한 인수가가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에 대해 “인수 자금은 예비입찰 전에 이미 확보했다”며 “이런 것을 하면서(인수에 나서면서) 인수 자금을 준비 안 해두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림은 HMM 인수를 위해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했다. 다만 팬오션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회장은 또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하냐고들 하는데 오히려 회사 규모를 키워서 서로 좋은 일”이라며 “수익도 낼 수 있고 이로 인해 국가 공동체가 좋아지는 것이 저의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하림은 2015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 팬오션(옛 범양상선)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화물 1억t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는 ‘지속성’에 주안점을 두고 가기 때문에 경영을 잘할 자신이 있다”며 “우리가 앞서 팬오션을 인수할 때도 사람들은 ‘승자의 저주’라고 했으나 1년 뒤에는 ‘신의 한 수’라고 하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해운산업이 글로벌 해운사와 경쟁하려면 규모화가 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글로벌 5위 안에 들어갈 것이며, 이번 HMM 인수·합병(M&A) 동기가 그렇다”고 밝혔다.

하림은 본입찰에서 매각자 측에 HMM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김 회장은 “협상해서 받아들여주면 되는 것이나 (매각자 측이) 안 받아들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발언은 사실상 영구채 전환 유예 카드가 살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만약 하림의 요청대로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하면 하림그룹의 HMM 지분율은 57.9%가 유지된다. 이 경우 하림 측은 연 2895억원의 배당을 받게 돼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지분율 38.9%·1945억원)보다 배당금을 더 챙길 수 있다. 즉 주식 전환 유예 시 3년 동안 총 2850억원의 배당금을 더 받게 돼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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