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압박에 이 “가자 주민 복귀” 첫 언급…전쟁 최대 변곡점
북부 지역 상황 마무리 시사…휴전·인질 협상도 다시 물꼬
팔 주민들, 정작 귀향길 열려도 집·병원 파괴돼 갈 곳 없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찾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를 위한 ‘외과수술식’ 작전 전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도 개전 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피란민들의 귀향 허가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지금의 무차별 공격 방식을 재고하라는 국제사회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최대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든 작전엔 단계가 있다”며 “우리는 어떻게 고강도에서 저강도로 작전을 전환할 수 있을지, 더 많은 외과수술식 작전을 구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일정표나 조건을 지시하려고 여기에 오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오스틴 장관은 기자회견 내내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는 ‘전략적 필수 사항’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외신들은 이날 논의가 회담 형식을 띠었지만,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이스라엘에 무차별 폭격과 대규모 지상전을 중단하고 하마스 대원들을 핀포인트로 제거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이스라엘은 점점 (미국 뜻에 맞춰) 방향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갈란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피란길에 오른 일부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가자지구를 여러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며 “우리가 임무를 완수한 모든 지역에선 점진적으로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 가능하고 지역 주민 복귀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부보다는 북부에서 이런 상황이 달성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27일 가자시티 등 가자지구 북부 주요 도시에서 지상전을 시작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남부로 이동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갈란트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스라엘군이 북부에서의 작전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라는 국제사회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멈춰 섰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도 다시 물꼬를 트고 있다. 알자지라 등은 이날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르니아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도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공격 전면 중단을 전제로 “어떤 제안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희망과 기대는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다. 북부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려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대부분 집과 병원, 구호시설 등이 파괴돼 정작 갈 곳 없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던 알아우다 병원을 급습했다고 주장했다. 알아우다 보건 지역사회 협회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군이 의료진 21명을 3시간 이상 억류한 뒤 석방했다”며 “아흐메드 무한나 병원장은 여전히 감금돼 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식량과 물, 연료 공급을 차단해 민간인의 굶주림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RW는 “이스라엘군은 고의적으로 보급품 지급을 막고 있다”면서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인구 220만명 가운데 대다수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가운데 56%는 심각한 수준의 굶주림을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FP는 “현재 가자지구엔 필요한 식량의 10%만 반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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