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통령, 3선 ‘뻔한 승리’…앞날은 ‘험난’
경쟁자·언론 막고 89% 득표
2030년까지 16년 집권 길 터
살인적 인플레 등 경제난에
난민 수용 압박 대처 ‘과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사진)이 18일(현지시간) 발표된 대통령 선거 결과 무난하게 3선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야권 유력 인사 탄압과 언론 장악 등 선거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암울한 경제 전망과 가자지구 피란민 문제까지 만만치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청은 지난 10~12일 진행된 대선 투표 결과 시시 대통령이 89.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2014년 첫 임기를 시작한 시시 대통령은 이로써 오는 2030년까지 16년간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시시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부정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 내년 6월 치러질 예정이던 대선을 약 6개월 앞당겼는데, 알자지라 등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집트에 대한 구제금융을 승인하며 요구한 개혁 과제를 시행하기 전 대선을 실시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유력 야권 대선 주자였던 아메드 엘탄타위 전 카라마당 대표의 입후보를 조직적으로 방해해 출마를 무산시켰고, 친정부 성향 후보를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 카이로타임스 발행인이자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주역인 히삼 카셈을 명예훼손 혐의로 가두는 등 언론 탄압도 횡행했다. 가디언은 “뻔한 이집트 대선 결과에 많은 이들이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정된 승리’를 거둔 시시 대통령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선 “이웃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전쟁의 기운이 이집트까지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집트를 향해 가자지구 난민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를 의식한 듯 시시 대통령은 당선 소감에서 “이집트인들은 단순히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하지 않았다”며 “이 비인도적인 전쟁을 거부하기 위해 투표장에서 긴 줄을 섰다”고 말했다. 경제난도 풀어야 할 숙제다. WSJ에 따르면 이집트 인플레이션은 지난 9월 역대 최고치인 38.0%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34.6%로 다소 완화했지만 고물가는 여전히 부담이다. 또 2015년 400억달러(약 52조3000억원) 수준이던 대외 부채는 지난해 12월 1629억달러(212조9000억원)로 치솟았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전엔 이집트 경제가 워낙 어려웠던 탓에 시시 대통령이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제난과 권위주의적 통치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던 시시 대통령의 당선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반사 이익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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