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나가기 전 꼭 필요” 고3 ‘전세사기 교육’
영상·만화 등으로 눈높이 맞춰 설명…체크리스트 작성도
시, 대학 등 확대 예정…수원시·부산시도 교육·영상 배포
“전세사기 피해자 2명 중 1명은 20~30대라고 해요. 여러분은 곧 사회에 나가게 될 텐데, 이 강의에 집중한다면 전세사기를 당할 위험성이 크게 낮아질 거예요.”
지난 18일 오전 대전 지족고 시청각실에 50여명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이다. 내년 3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강사로 나선 서용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장은 전세사기 피해 사례와 발생 원인 등이 담긴 영상을 틀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만화를 이용해 부동산 계약 용어 등 기초 개념 강의도 진행했다.
사회초년생이 전세금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전셋집 검색 방법과 계약 시 점검해야 할 사항 등도 꼼꼼히 일러줬다.
서울지역 대학 입학을 앞둔 손다민양(18)은 “전세사기 피해자 2명 중 1명이 20~30대라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서울에서 자취방을 구하려 준비하고 있는데, 강사분께서 전세 계약 체크리스트를 따로 만들어줘 계약할 때 참고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서우양(18)은 “뉴스를 통해 전세사기에 대해 접하긴 했지만 정작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등한시해왔다”면서 “단 한 번의 잘못된 계약으로 부모님이 어렵게 모으신 돈을 다 잃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 시간이었다”고 했다.
대전시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는 지난달부터 서대전여고 등 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전세사기 피해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가 대전시에 제안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서 지부장은 “이제 곧 사회로 나오게 될 학생들이 수능 공부에만 집중하다 보니 부동산 계약 등 지식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없다”며 “학생들에게 어려운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닌, 전셋집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은 전세사기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임하게끔 하는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는 내년에 전세사기 예방법 교육 대상을 대학생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전지역 다가구주택 비율은 3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로 인해 대전지역에서는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지속해서 느는 추세다.
이 같은 시도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달 아주대와 경기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피해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수원시는 지역 대학교에 대해 교육 수요를 조사해 추가적인 강의를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부산시는 전세사기 피해 예방 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지역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에 보급하기도 했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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