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이사회 ‘셀프 연임’ 규정 손질…최정우 회장 ‘3연임’ 도전하나

포스코 사옥. 연합뉴스.

포스코홀딩스가 19일 이사회를 열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개선했다. 현직 회장에 유리한 이른바 ‘셀프 연임’ 규정을 폐지하는 등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최정우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현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는 경우에도 다른 후보들과 함께 심사받도록 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특히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는 내용도 새로 포함됐다. 당장 최 회장이 거취를 표명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단독으로 우선 심사를 받도록 해 논란거리였다. 이후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한 달간 심사를 거쳐 적격 판단을 내리면 단독 후보로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려 통과 시 연임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현직 회장의 ‘셀프 연임’에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올해 3월부터 ‘선진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이사회는 후보 추천위에서 발굴한 회장 후보군에 대한 객관적인 자격심사를 위해 외부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 인선 자문단’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위는 회장후보 인선 자문단의 평가의견을 회장 후보들의 자격심사에 반영한다. 지금까지는 회장이 포함된 ‘승계 협의회(카운슬)’가 회장 후보군을 발굴해 후보 추천위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도 구체화했다. 이사회는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으로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청렴(Integrity)·윤리(Ethics)’ 등 5가지 항목으로 정했다. 이사회는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면 5가지 항목에 대한 상세 기준도 공개할 예정이다.

실력 있고 유망한 회장 후보군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육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이사회 산하에 ‘회장 후보군 관리위원회(가칭)’도 상설로 운영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지배구조 개선에 맞춰 오는 21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의결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회장 인선절차에 바로 착수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따라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직 회장에 유리한 조항을 잇달아 삭제하면서 일단 특혜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임기 연장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번 개편으로 최 회장은 90일 전까지 연임 여부를 반드시 통보해야 하던 사규는 사라져 당분간 부담은 덜었다. 다만, 정기 주주총회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만간 자연스레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포스코그룹 회장직에 오른 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 현재까지 5년 5개월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최 회장이 연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경우, 역대 회장 중 처음으로 3연임에 도전한다.

최 회장의 연임 의지가 상당하다는 시각도 적잖다. 일단 최 회장 재임 동안 실적이 눈에 띈다.

2차전지 소재 분야의 과감한 투자로 포스코그룹이 전통적인 철강 위주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등 그룹 6개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은 2018년 7월에 35조여원에서 12월에는 약 89조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지난 11일 3억710만원을 들여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장내 매수한 것도 ‘연임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을 보탰다. 자사주를 사들인 이날 최 회장은 창업주인 박태준 명예회장(2011년 작고)의 묘소를 찾아 참배까지 했다.

1968년 공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됐지만 그동안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중도 하차하는 수난을 겪었다. 최근 KT 사례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 들어 민영화된 기업의 수장 교체에 국민연금(지분율 6.71%)이 직간접으로 개입할지도 관전거리다.

일각에선 차기 회장 후보로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광양제철소장을 지낸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외부 인사인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도 언급되고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