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전쟁 속 개도국과 소통 강점… ‘IT 강국’ 위상 다진다 [한반도 인사이트]
미·중 참여 AI 군사회의 ‘REAIM’
AI 안전 정상회의 후속 미니회의
尹대통령 제안 ‘AI 글로벌포럼’ 등
고위급 회의 3건, 2024년 한국서 열려
전문가 “韓, AI윤리 마련 적극 기여
경제적 이익도 고려… 실리 챙겨야”
국제사회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사용 규범을 정하는 논의에 한창이다. 지금 막 태동해 그 영향력의 끝을 알기 힘든 AI 기술을 안보 등 민감한 영역에서 적절히 사용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AI 거버넌스를 창출하려는 현 상황은 흔히 처음 핵무기 사용 규범을 만들던 때와 비교되곤 한다. 그만큼 AI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그 결과도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선도적으로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주로 유럽 국가들이 주도해 온 AI 관련 국제회의는 모두 올해 시작됐다. 영국이 주도한 AI 안전 정상회의, 네덜란드가 주도한 REAIM 회의가 그렇다. 이들 회의의 2차회의가 모두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기엔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정치·경제·기술적 위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19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 중 기술적으로 앞서 있고, 민주주의 국가들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럽 국가들은 AI 거버넌스 논의를 확장하는 데 있어 한국이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중 경쟁 속에서 AI 기술 경쟁 역시 진영 간 경쟁의 성격을 띠는데, 서방과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이른바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미국도 AI 관련 행정명령을 만들고 파트너국들과 AI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정치적 선언을 발표하지만, AI 거버넌스와 규제에 보다 적극적인 곳은 유럽 국가들이다. 미국은 사실상 AI 거버넌스나 규제보다는 기업 자율성을 보장해 AI 기술 발전에서 앞서 나가는 데 더 초점을 맞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역시 기술적으로 미국보다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거버넌스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보안과 안보에 치중하는 유럽 국가들과 이해관계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그래도 AI 기술에서 미국 다음으로 앞서가는 중국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적 안보 위기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과 유럽의 공통점이다.
한국이 2024년 개최하는 세 가지 AI 관련 회의는 각각 특징이 다르다. 먼저 지난 2월 네덜란드와 이미 1차회의를 공동 개최한 바 있어 다른 두 회의에 비해 의제와 윤곽이 비교적 드러나 있는 REAIM은 미·중이 모두 참여하는 군사 분야 AI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AI의 군사적 이용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 문제가 논의되며 외교부·국방부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장관급 회의다. 내년 하반기 개최가 예상된다.
AI 글로벌포럼은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처음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의 포럼 초청 의사를 밝혔다. 이는 AI와 관련한 국제기구를 태동시키는 회의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논의하는 의제는 그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두 회의와 달리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선제적으로 제안해 만들어졌다. 대통령실,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논의가 현재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송 교수는 “AI 거버넌스와 관련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안보, 경제, 가치나 정치 민주주의 측면에서 한국이 선도적으로 기여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경제적 이익도 고려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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