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 낙서범 2명 모두 검거…경찰 ‘엄중 처벌’ 방침

김세훈 기자 2023. 12.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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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사흘 만에 남녀 체포·동기 추궁…문화재법 위반 검토
한파 속 복원 전문가 20명 매달려 복구…레이저·망치 동원
문화재 다치지 않게…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장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은 진청색 천막과 가림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천막 사이로 드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안쪽으로 희뿌연 돌가루가 흩날렸다.

흰 작업복을 입은 복원 전문가들이 양손에 세척장비를 들고 천막을 드나들었다. 한파 특보가 발효된 이날 ‘낙서 테러’가 발생한 경복궁 일대에서는 낙서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17일부터 보존·복구 전문가 20명을 투입해 담벼락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구까지는 짧아도 닷새가량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큰 차질 없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주된 복원 방법은 레이저·망치 등을 동원한 물리적 방식이다. 먼저 스프레이가 묻은 석재 표면을 망치·끌 등으로 갈아내고 레이저·블라스팅(작은 돌가루를 분사해 오염물을 제거하는 방식) 장비로 틈에 낀 잉크를 없애는 식이다. 비교적 작은 돌들로 이뤄진 쪽문 쪽은 레이저, 큰 석재 위주인 영추문 쪽은 블라스팅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관건은 날씨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상태에서는 분사장비 내 수분이 얼어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석재 표면이 얼어붙어 잉크를 제거하기 힘들어지는 문제도 있다. 복원팀은 레이저 클리닉 2대와 블라스팅 기기 1대를 해외에서 임차해오는 등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소영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화학적 세척은 추위 때문에 작업 속도가 안 나와 첫날 이후부터는 물리적 방식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가급적 장비를 통한 제거 작업은 맹추위가 예고된 목요일 이전까지 끝내려고 하는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완전 복원 여부는 스프레이가 얼마만큼 스며들었는지 등 변수가 많아 확답하기가 어렵다”며 “스프레이 제거를 마치고 복원된 부분과 다른 부분의 색을 맞추는 작업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10대 용의자 압송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하고 달아난 10대 용의자가 범행 사흘 만인 19일 경찰에 붙잡혀 서울 종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사건을 벌인 3명은 모두 검거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용의자 남성 1명, 여성 1명을 모두 주거지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쯤 발생한 경복궁 영추문 등 3개소 낙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7시8분쯤 피의자 남성 1명을 수원시 소재 주거지에서 체포했다”며 “오후 7시25분쯤에는 여성 피의자 1명도 근처 주거지에서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영추문 담벼락에 낙서한 ‘모방 범죄’로 추정되는 사건 용의자 1명은 전날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남녀 2명으로 특정하고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을 추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공범, 배후 관련자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낙서 테러범’에 대한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사건은 3년 이상 징역을 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경찰은 단순 재물손괴가 아니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92조 1항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훼손자에게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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