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반복적 불공정 행위, 사전 규제로 신속히 대응
‘시장 1위’ 후 질서 회복 안 돼
위법 유형 특정해 집행 단축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대상
업계 반발 커 입법까진 험난
정부가 플랫폼 공정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에 나선 것은 대형 플랫폼의 반칙 행위가 반복적으로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시장에서 독과점이 구축되는 속도를 감안하면 현재 공정거래법을 통한 사후 규제로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신생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수수료 인상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판단에 결국 입법을 통한 ‘사전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플랫폼법의 핵심은 플랫폼의 반칙 행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다. 플랫폼이 시장 독과점 위치에 올라서는 것은 순식간이다. 반칙을 써서라도 일단 ‘시장 1위’ 플랫폼이 되고 나면 막대한 영향력이 생기는데, 이를 바탕으로 더 단단한 독과점 지위에 올라설 수 있다. 규제 당국이 대응을 준비하는 사이 경쟁사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진입 장벽은 두꺼워진다.
공정위는 “그간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에 대응해왔지만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 속도에 비해 공정위의 조치는 너무 뒤늦게 이루어져 공정한 시장 경쟁 회복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플랫폼에 한해 적용한다. 소수의 빅테크를 ‘지배적 사업자’(게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해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방식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응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서 “소수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정해놓고 위법 비슷하게 처리될 수 있는 행위 유형들만 특정화한다면 법 집행 기간이 기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정안에 담길 대표적인 금지행위는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끼워팔기(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도록 강제), 최혜국 대우 요구(유리한 거래조건 강요) 등으로, 이날 공정위는 독과점 플랫폼의 주요 반칙 행위로 카카오T와 구글의 사례를 꼽았다.
카카오T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택시를 우대하는 반칙 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신생 경쟁사들(마카롱 택시 등)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시장점유율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은 자신과 거래하는 게임업체들이 원스토어에 앱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이 때문에 원스토어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고, 그사이 구글의 점유율은 약 80%에서 90%까지 올랐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정하는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EU가 지난 5월부터 빅테크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플랫폼 규제법 DMA(디지털시장법)를 비추어보면 연매출과 시가총액 규모, 이용자 수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 지배력 등을 감안하면 네이버·카카오톡·구글·애플 등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EU는 지난 9월 메타(페이스북), 바이트댄스(틱톡),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개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정한 바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지배적 사업자 지정 과정에서 지정 전 의견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플랫폼이 직접 다양한 항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장고 끝에 내린 법 제정 결정이지만 실제 입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 부위원장은 “지금은 논의를 출발하는 단계”라며 “부처 협의와 당정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입법 시기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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