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최초 낙서범은 10대 남녀 “지인이 돈 준대서...”
문화재 보호법 위반·재물 손괴 등 혐의 적용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재물 손괴 등의 혐의로 임모(17)군을 체포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8분쯤 경기 수원시의 자택에서 임군을 체포했다. 20분 뒤엔 공범인 10대 김모(16)양을 임군 주거지 부근에서 검거했다. 둘은 연인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군 등은 체포 당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들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관련 낙서를 경복궁 담벼락에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인근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를 선전하는 낙서를 했다. 담벼락 앞을 서성이며 범행을 저질렀는데, 행인이나 차량이 지나가면 잠시 멈췄다가 다시 낙서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경복궁뿐 아니라 서울경찰청 담벼락에 비슷한 낙서를 한 것도 이들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낙서 높이는 2~4m로 성인 키보다 높았고, 너비가 44m였다. 낙서를 마친 뒤엔 훼손된 담벼락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CCTV를 확인해 임군과 김양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지난 16일 택시를 타고 범행 장소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했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택시 승·하차 기록과 결제 내역 등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블랙박스와 민간 CC(폐쇄회로)TV 등을 함께 봐야 하는데, 주말 새벽 시간이라 협조가 어려워 검거에 시간이 걸렸다”며 “범행 시간이 한밤중이라 CCTV 화질이 좋지 않았고, 용의자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 신원을 특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들의 담벼락 낙서를 모방해 이튿날(17일)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했던 20대 남성은 18일 오전 경찰에 자수했다. 이 남성은 지난 17일 밤 임군 등이 낙서해 놓은 담벼락 바로 옆에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을 적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6시간 조사를 받았고, 경찰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 낙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범행 당시 정신병력이 없고,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
경찰은 이들 낙서범들에게 문화재 보호법 위반과 재물 손괴 등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 전문가 등을 20명 투입해 훼손된 담벼락을 복원 중이다. 복원 작업은 약물 등을 이용해 물리적인 방법으로 오염 물질을 제거한 뒤 레이저 장비로 표면을 미세하게 태워 남아 있는 오염물을 지우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복원 작업은 앞으로 일주일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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