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기선 잡은 검…민주당, 총선 앞 ‘의원 줄소환’ 위기
검찰은 “최대 20명”…진술 확보 못하면 면면 밝히기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불법 정치자금)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구속됨에 따라 돈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들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힘이 실리게 됐다.
검찰은 최대 20명에 이르는 현역 의원들이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언제든지 검찰에 불려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유 부장판사는 관여 정황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송 전 대표 구속을 기점으로 검찰은 실제로 돈봉투를 받은 의원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청구서에 범죄사실로 송 전 대표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27~28일 의원들에게 뿌릴 돈봉투 20개, 총 6000만원을 윤관석 의원에게 제공했다고 적시했다. 다만 의원들에게 직접 돈봉투를 제공했다는 내용은 지난 8월 윤 의원 기소 당시 공소사실과 이번 송 전 대표 구속영장 혐의에서 모두 빠져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지난 6월 국회 사무처, 지난 7월 송 전 대표 일정관리자를 압수수색하며 돈봉투 제공 과정을 확인해왔다. 검찰 수사의 핵심 근거는 의원들 돈봉투 제공 정황이 담겨 있는 이른바 ‘이정근 녹음파일’이다.
다만 현재까지 돈봉투 수수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받은 현역 의원은 윤 의원을 제외하고 이성만·임종성·허종식 의원 등 3명뿐이다. 검찰은 당대표 선거 전 국회의원 모임에서 돈봉투가 살포됐을 것으로 보고 윤 의원 등의 재판에서 모임 참석자로 보이는 민주당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돈봉투를 받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당사자들은 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앞으로 수사의 관건은 윤 의원과 송 전 대표 등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태도다. 통상 불법 정치자금은 현금으로 조성돼 추적이 어렵고 은밀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이 중요하다.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한 사람으로 지목된 윤 의원은 구체적인 법정 진술을 회피했다. 윤 의원은 전날 결심공판 피고인 신문에서 “돈봉투 제공을 논의한 것은 맞다”면서도 돈봉투를 실제 전달했는지와 받은 의원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 송 전 대표와 돈봉투 살포를 상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후보와의 문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의원과 돈봉투 살포를 논의한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은 법정에서 “윤 의원이 돈봉투를 건넨 의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의원들에게 돈을 줬는지, 받았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경우 검찰의 ‘조작 수사’ ‘강압 수사’를 주장하고 있어 구속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진술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수사 동력으로 삼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만 돈봉투 제공에 대해 “(윤 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나눠줬다고 말한 것은 맞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조만간 돈봉투 수수 의원들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검찰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국면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것이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관여한) 증거가 명확히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돈봉투 수수 의원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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