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연기를 시작하는 배우는 앉고 서는 법부터 배운다. 평소 행동이 무대에선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대는 온몸을 굳게 한다. 스트레스 반응이다.
스트레스의 힘은 강력하다.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근육은 수축한다. 면역도 억제된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이 되나, 과하면 병든다. 우울, 두통, 과호흡 등 증상이 발생한다.
어깨 위 곰 두마리를 올린 듯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해 ‘움직임’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도록 돕는 이들이 있다. 서울관광재단 ‘서울형 웰니스 70선’에 실린 2곳을 직접 체험 후 소개한다.
알렉산더테크닉 자세&움직임 교육센터
“‘나 사용법’을 알려드립니다.”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알렉산더테크닉 자세&움직임 교육센터는 5년 전부터 알렉산더 테크닉(Alexander Technique)을 알리고 있다. 서초구 시절을 더하면 올해 10년 차다. 이곳의 김수연 대표는 배우 정유미의 선생님으로 많이 알려졌다. 서울대 박사 과정을 거쳐 한예종 무용원과 차의과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130년 역사의 알렉산더 테크닉은 소마틱스(Somatics, 심신을 통합해 다루는 관점) 운동법의 일종이다. 잘못된 습관, 긴장을 새롭게 인식하고 ‘하지 않음’으로써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호주 연극 배우 프레데릭 M. 알렉산더가 개발했으며, 휴 잭맨, 마돈나,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수련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쉽게 설명하면, 나를 아프게 하는 생각(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허리를 펴야지’, ‘턱을 당겨야지’ 등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지만, 많은 경우 더 불편해진다. 마사지 등으로 풀어도 안 좋은 습관이 있는 한 다시 아파진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허리를 펴야지’를 ‘바르고 편안하게 앉아야지’로 교정한다. 해부학적 지식을 활용해 직접 알아차리게 한다.
센터를 찾은 수강생은 눕거나, 앉거나 선 상태에서 레슨을 시작한다. 긴장도에 따라 자세가 달라진다. 기자는 눕는 방식을 체험했다.
처음엔 팔을 들고 내리거나, 다리를 풀며 이완했다. 기자는 늘 다리가 신경 쓰여 편히 눕지 못했는데, 누울 때 다리를 안으로 오므리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누운 채 무릎을 접어 세운 ‘세미-수파인(semi-supine)’ 자세도 취했다. 손은 갈비뼈 위에 놓았는데, 폐가 움직이는 것이 그대로 전해져 안정감이 느껴졌다.
체험을 담당한 김단우 지도자는 숨 쉬는 상태부터 시작해 몸 전체를 심상으로 바라보게 했다. 이후 몸 후면의 뒤꿈치, 무릎, 허리, 목 사이 틈새를 느끼며 몸의 굴곡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평평하다고 생각했던 신체 후면 이미지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파도가 오가듯 숨이 들어왔다가 나가고, 몸 뒷면 굴곡을 따라 물결이 일렁이는 듯했다. 이후 일어나 잠시 걸었다. 불필요한 긴장이 사라져 어깨가 무겁거나 목이 뻐근한 느낌이 많이 줄었다.
‘신체에 대한 고민이 있냐’고 질문을 받았다. ‘앉으면 넘어질 것 같아 항상 다리를 꼬거나 어딘가에 기대야 한다’고 답했다. 눕기에 이어 앉기도 가볍게 체험했다.
의자 3분의 2지점에 엉덩이뼈를 놓고, 발이 바닥에 닿는 지점을 느낀다. 그리고 목뼈를 엉덩이뼈와 일직선상에 놓는다. 머리가 풍선처럼 떠 있는 이미지, 블록 쌓듯 척추를 맞추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편히 앉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몸이 편해도 머리로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는 점이었다. ‘목이 너무 뒤로 꺾인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원인은 기자의 외모 콤플렉스에 있었다. 목이 짧고 거북목이라 턱살이 잘 뭉쳐 늘 ‘목덜미를 앞으로 빼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이를 정상으로 돌려주니 어색했다. 몸을 얼마나 혹사했는지 알게 됐다.
20년 넘게 알렉산더 테크닉을 수련해 온 김수연 대표는 “알렉산더 테크닉은 ‘나(Self) 사용법’을 가르친다. ‘나는 그대로 괜찮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아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경험은 마음도 치유한다.
김 대표는 “척추 측만증으로 인한 시선 의식에서 자유로워진 분, 심지어 삶을 포기하려다 마음을 바꾼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수연 대표는 “아픈데 ‘태도(생각)를 바꾸라’ 하면 너무 먼 얘기 같겠지만, 태도를 안 바꾸면 다시 아플 것이다”라며 “원하시면 한번 체험해 보시라”는 말을 전했다.
알렉산더 테크닉 자세&움직임 교육센터에선 일회성 체험도 개인 레슨으로 경험할 수 있다. ‘나 사용법’을 알아보고 싶은 모두에게 방문을 추천한다.
북촌요가원
운동보단 ‘수련’, 위안이 되는 요가
평화로운 종로구 북촌 계동길 끝, 중앙고 앞에 있는 북촌요가원은 2018년 문을 열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북촌이라 그런지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이곳을 운영하는 강혜영 대표는 푸근하면서 아름다운 계동 풍경에 반해 건물을 보러 온 즉시 요가원을 차리기로 했다.
북촌요가원은 ‘릴렉싱 요가’와 ‘빈야사 플로우 요가’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빈야사는 산스크리트어로 ‘흐르다, 연결한다’라는 뜻인데, 동작을 호흡으로 연결해서 끝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다이내믹한 요가다. 북촌요가원 빈야사 플로우 프로그램을 참여해 수련하면 ‘움직이는 명상’을 경험할 수 있다.
입문자와 단기 체험자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릴렉싱 요가도 좋은 선택이다. 이곳의 릴렉싱 요가는 눕거나 한 자세만 오래 취하는 방식이 아니다. 빈야사를 수련하는 강 대표의 영향을 받아 몸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을 쓴다.
초심자가 금방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면서도 온몸 구석구석 근육을 많이 사용해 운동 효과가 만만치 않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호흡하며 몸의 자극을 느낄 수 있어 잡념을 없애며 마음의 평화도 찾을 수 있다.
요가원에 들어서면 넓은 마루와 함께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는 드림캐처 장식이 눈에 띈다. 안쪽의 통유리창 너머로는 한옥 기와지붕이 여럿 보여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신비로운 명상 음악과 인센스, 팔로산토 나무 향은 마음을 안정시킨다. 적외선램프를 틀어 추운 날씨에도 실내가 훈훈했다. 편한 옷을 입고, 요가 매트를 깔고 앉아있으면 어떤 안 좋은 일이든 잊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기자는 이곳의 릴렉싱 요가를 직접 체험했다. 강 대표의 수업은 굉장히 자세한 안내가 특징이다. 몸을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요가 특성상 눈을 계속 전방에 두며 따라 하기가 어려운데, 동작 하나하나를 끊임없이 자세하게 말로 안내해 줘서 자세 취하기가 수월했다.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원 그리듯이’, ‘꺾지 말고 쭉 뽑듯이’ 등 생생한 표현을 다양하게 사용해 더욱 편안했다. 안내와 동시에 세심하게 수강생을 살피며 동작을 교정해 준 점도 인상 깊었다.
몸을 양옆으로 비틀거나, 고개를 하늘 위로 올리는 동작, 특히 발목을 잡고 몸을 완전히 뒤로 젖히는 동작 등 움직임의 폭이 상당히 넓었다. 이 넓은 범위에서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잡생각이 들 틈이 없어 말 그대로 ‘움직이는 명상’에 가까웠다. 마음이 편안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본격적인 빈야사 플로우 요가를 수련하면 어떨지 절로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강혜영 북촌요가원 대표는 “회원 중 요가를 하고 집에 가면 남편이 ‘착해졌다’고 말한다는 분이 있다. 숨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많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것 같다.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 운동하면서 좀 진짜로 쉬고 싶은 분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또한 강 대표는 “요가하며 위안을 받는 분들이 많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분이 꽤 많다”라며 “저도 힘든 시기에 접해서 그런지 운동 마지막에 ‘사바사나’라는 누워서 가만히 있는 자세를 취할 때 눈물이 많이 났다. 그냥 운동이 아니고 수련이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요가를 시작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북촌요가원은 정겨운 북촌의 모습처럼 따뜻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쉼 없이 스트레스가 몰아치는 요즘, 호흡에 몸을 맡기며 위안을 얻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