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 당론 안 모이는 이유는…
대통령 지지율 낮아 ‘한동훈 간판’ 반발도
국민의힘에서 친윤석열(친윤)계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쉽게 당론이 모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축출과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전 대표 선출 과정 중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확인되면 신속한 집단행동으로 관철했던 것과 다르다.
그간 윤심이 일사불란하게 당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총선 공천이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윤심에 따라 대부분 현역 의원들이 김 전 대표를 지지하면서 과반 득표를 이끌었다. “검사 공천은 없다”는 김 전 대표가 현역 의원들을 공천 배제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뒷받침됐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쫓기듯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이러한 믿음은 공수표가 됐다. 윤 대통령이 공천권을 쥐고 현역들을 대거 측근으로 대체할 것이란 관측도 돌았다. 정권 2인자인 한 장관이 당권을 쥐면 대규모 공천 물갈이가 일어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면서 쉽게 당론이 한 장관으로 모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를 지지하는 한 지도부 인사는 19일 “한 장관이 대대적인 혁신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지난달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 참패 등을 겪으면서 여권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측면도 있다. ‘서울 6석’ 등 이대로 가다간 여당이 총선에서 크게 질 것으로 전망되는 여론조사와 분석들이 속속 나오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윤석열 아바타’로 불리는 한 장관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은 총선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당이 지지율 30% 대통령의 전위부대로 나서는 것이 중도층 확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불안감이다. 최재형 의원은 지난 17일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한 비윤석열(비윤)계 인사는 통화에서 이날 한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 명품백 수수 의혹을 “몰카 공작”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당정관계가 바뀌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특정 인사 몰이에 의원을 동원하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반감이 누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윤핵관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려 결정하고, 다선 의원들 의견을 너무 안 듣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조미덥·조문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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