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와 맞대결 앞둔 이정후 "오타니와 날 비교 안했으면..."

이석무 2023. 12. 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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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게 입단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77억원) 초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25)가 금의환향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야구모자, 후드티 차림으로 입국장에 등장한 이정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정후는 귀국 인터뷰에서 오타니 쇼헤이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오타니는 이정후에 앞서 LA다저스와 10년 7억달러라는 사상 유례없는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오타니가 속한 LA다저스와 이정후가 뛰게 된 샌프란시스코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자 전통의 라이벌이다. 원래 뉴욕에서 있다가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연고지를 옮긴 공통점도 있다.

이정후는 “오타니와 나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난 내가 할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타니와 견줄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난 아직 오타니와 견줄 수 없다. 오타니는 세계에서 가장 야구 잘하는 선수이고 계약금액도 비교되지 않는다”면서 “나와 오타니를 너무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마감시한보다 훨씬 일찍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마친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많은 구단이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가 한국에 오기도 하고 협상 과정에서도 가장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팀에서 뛰면 영광이라 생각해 빨리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에서 올해 타격자세에 변화를 주려고 했던 모습도 높이 평가한다고 하더라”라며 “일단 부딪혀보고 몸이 따라주는 대로 거기에 맞게 변화하면서 빨리 적응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계약조건에 기부 조항을 넣은 것에 대한 만족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정후는 “계약 내용 모두 다 감사하지만 특히 기부 조건을 넣게 돼 뿌듯했다”면서 “미국은 연고 선수가 잘 되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문화가 있다고 해서 그런 기부 조건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데뷔 시즌 목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정후는 “목표는 슬슬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그냥 운동하러 갔다 온 느낌이다”며 “그냥 저기서 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 누구랑 뛰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신인왕을 받았을 때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처음부터 목표를 삼고 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아직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해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부연였다.

MLB 선배이자 키움히어로즈 시절 동료였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대한 고마움도 숨기지 않았다.

이정후는 “나는 (김)하성이 형이 작년과 올해 너무 잘해 그 덕을 본 것이다”며 “나도 열심히 해서 한국선수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고 싶다. 그래야 더 많은 선수들이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하자마자 형에게 가장 먼저 연락했다”며 “형이 ‘좋은 감독(밥 멜빈) 밑에서 야구하게 됐다’고 말해줬다”고 대화 내용을 살짝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 역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함께 속해있다. 이정후와 김하성이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도 여러차례 나올 전망이다.

이정후는 “김하성과 상대 팀으로 처음 만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기대된다”며 “만약 같은 팀에서 뛰면 좋겠지만 워낙 팀이 많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에 나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다. 그들에게 지금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오는 만큼 목표를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오라클파크에서 펼칠 활약에 대한 자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이정후는 “구장을 직접 가보니 우측은 짧게 느껴졌는데 우중간은 넓더라”며 “내 장점을 잘 살리면 오히려 더 유리할 것 같다. 난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좌·우중간을 잘 갈라서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중견수 수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좌중간은 괜찮은데 우중간은 힘들겠더라”며 “좌중간은 라이온즈 파크와 비슷한데 우중간은 펜스가 벽돌로 돼 있어서 타구가 맞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 전 LG트윈스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 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인사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정후의 입단식에 함께 자리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부럽다고 말씀해주시더라”며 “사실 엄마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렇게 클 수 없었다. 아버지가 현역 선수 시절 해주지 못했던 것을 엄마가 다 해주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빠도 나를 믿어주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아버지에게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계약을 마친 이정후는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 정복에 나선다. 그는 “지난 10월 21일부터 계속 운동하고 미국에서도 훈련을 이어왔다. 몸 상태는 너무 좋다”며 “한국은 조금 추워 어찌 될지 모르지만 일정이 나오는 대로 미국에 가 몸을 만들 생각이다. 일단 부딪힐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인터뷰 말미에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마지막 홈경기, 마지막 타석 때 팬들이 응원해주는 모습을 계속 봤다”며 “그 응원과 함성을 잊지 않고 미국에서 열심히 하겠다. 많이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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