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와 정치 경계 넘는 ‘尹 호위무사 한동훈’
윤 대통령 ‘방패 역할’ 자처 분석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작용 논란
비대위원장 거론 “공공선 생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이 몰카(몰래카메라·불법촬영)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 여사를 옹호하며 윤 대통령 호위무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장관인 그의 발언은 김 여사 관련 수사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이 김 여사 특검법 추진에 대한 입장을 묻자 “첫째,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시기에도 그래야 한다”면서도 “다만 그 법안들은 정의당도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하는 독소조항까지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악법은 국민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어서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김 여사 특검법 수사 대상은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사건이다. 야당(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들)은 대통령에게 두 명의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내년 1월 말 특검이 출범해 2월 중순에 수사를 시작한다. 특검법은 오는 22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장관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걸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니던데”라며 기자의 질문 의도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걸 물어보면 제가 왜 곤란할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야말로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 옹호하는 데 바쁘니까 저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 없다’ 지적에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 되는 것”
사실상 정치 참여 뜻 시사
윤 대통령 ‘아바타’ 비판엔
“누구도 맹종한 적 없어”
한 장관은 “몰카 공작 당사자인 ‘서울의소리’가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했던데 그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서 처리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잘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한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질문에는 “공직생활 하면서 공공선을 생각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쉰의 단편소설 <고향>에서 인용한 대목이다. 비대위원장직 부적합 사유로 지적된 점들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발언으로 보인다.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에 대한 의지 표명인 셈이다.
한 장관의 김 여사 관련 발언은 이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란 일각의 예측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김 여사 특검법을 강력 비판하고, 명품백 수수 의혹을 ‘몰카 공작’으로 몰아가며 윤 대통령 부부를 적극 옹위했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되면 김 여사 특검 등에 대해 대통령실과 같은 입장에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갈 경우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대단한, 궁극의 결단인 양 ‘받겠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수사는 정쟁을 피하기 위해 총선 뒤에 하자’고 역제안을 던지는 척할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이 콧방귀도 안 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 ‘그렇게 따질 거면, 민주당 수사도 그렇게 하자’ 그러지”라고 했다.
한 장관은 기자들이 이 전 대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건 이준석 대표가 저한테 물어보라고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별도 공지를 통해 “한 장관의 직접 질의 제안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문광호·조문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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