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필리핀 보험살인' 고교 동창에 무기징역 구형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고등학교 동창에게 진 수천만원의 빚을 없애고 사망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필리핀에서 동창을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19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사기미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보험설계사 B씨에게는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 C씨(향년 40세)는 외모 콤플렉스, 사회적 유대관계 결여 등에 기인한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일상생활 대부분은 A씨와 함께 하면서 깊이 신뢰하고 10년간 모은 돈 6000만원을 빌려주었으나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면서 "A씨는 그 돈을 생활비 등으로 흥청망청 사용했고,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자 채무 면탈과 사망보험금 수령 등의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C씨를 필리핀 보라카이로 데려가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씨를 살해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도중에도 보험금 채권 시효 소멸을 염려해 보험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한 점과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점을 미뤄보아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은 "수사기관에서 보험금 수익자가 친구인 다소 이례적인 보험계약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C씨의 죽음을 하나의 사건을 묶어 A씨가 범인이라고 단정한 채 증거나 정황을 끼어 맞추고 있다"며 "C씨가 자연사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타투샵 운영비를 명목으로 피해자 C씨로부터 6000만원을 빌렸지만 가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변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무렵 A씨는 수익자를 자신으로 한 C씨의 보험에 가입했다. C씨가 사망할 시 억 단위 보험금을 A씨가 수령한다는 내용의 보험이다.

이후 A씨와 C씨는 필리핀 보라카이로 단둘이 여행을 떠났고 C씨는 호텔에서 질식사로 돌연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검찰은 A씨가 간호사인 아내로부터 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숙취해소제에 섞어 C씨에게 건네고 의식 불명 상태로 만든 뒤 질식시켜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또 C씨의 허가 없이 C씨의 명의를 도용해 보험 청약서를 작성하고 보험사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의 지인이자 10년간 보험업계에 종사한 보험설계사 B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선고공판은 2024년 1월26일에 열릴 예정이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