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 나물에 그 밥’ 2기 외교안보라인, 국익·실용 외교 펼쳐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신임 외교부 장관에 조태열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68), 국가정보원장에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67)을 내정했다. 외교안보 사령탑에 해당하는 후임 국가안보실장 발표는 미뤘다. 얼마 전 인사 잡음이 불거진 국정원의 서열 1~3위를 동시 경질한 데 이어 엑스포 유치에 처참하게 실패한 외교·정보 책임자를 문책한 인사로 해석된다. 사실상 외교안보라인 2기 인선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1기의 실패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는지 의문이며, 지금의 난국을 헤쳐가기 어려운 인선으로 평가한다.
조태용 실장은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직전 석연찮은 이유로 돌연 경질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후임으로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조 실장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밀려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나마 9개월도 못 돼 물러났고, 한 달 가까이 공석이던 국정원장직을 채우는 ‘돌려막기’ 인사 대상자가 됐다.
조태열 전 대사는 박근혜 정부 때 외교 2차관과 유엔 대사를 지낸 다자외교·통상 전문가로 양자외교 전문가는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선배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청 등 외교부 산하기관장들에 이어 외교장관까지 60대 중후반의 대학 선배들로 채우게 됐다. ‘올드보이 외교관’의 복귀라 할 만하다.
이런 인사로는 엑스포 유치 참패, 미·일 일변도 외교로 대표되는 1기 외교안보라인의 무능·편중 외교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대라는 난제를 헤쳐가야 한다. 그럴수록 국익·실용 외교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외교안보라인에서는 우파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신원식 국방장관의 존재감만 두드러졌다. 정부 내에서 이들을 견제하고,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실용외교 전략을 짤 인사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유엔군사령부가 1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 사실을 밝히면서 ‘다시 과거 합의로 돌아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더 이롭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 조치에 북한이 전면 폐기로 대응하며 조성된 긴장 국면에 남북한 모두 자중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외교안보라인은 내전에 가까운 국내 정치에서 한 걸음 떨어져 국익·실용에 기반한 외교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외교참모는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호시우행하며, 대통령에게 직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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