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압박 끝에 이스라엘 가자 작전 전환 시사…"주민 귀환 추진도"

김효진 기자 2023. 12. 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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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서 후티 반군 상선 공격에 수에즈 항로 마비되며 미, 다국적 안보 구상 발표도

미국의 연이은 압박 끝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 전환과 지상전 뒤 남부로 내몰린 난민 귀환을 시사했다. 홍해에서 팔레스타인 지원을 빌미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이 이어지며 수에즈 운하를 통한 교역로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미국이 관련해 다국적 안보 구상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18일(이하 현지시각)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곧 가자지구 내 여러 지역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며 "임무를 달성한 모든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작전을) 다음 단계로 전환하고 지역 주민들을 되돌아오게 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남부보다 북부에서 더 빨리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대규모 폭격을 집중적으로 퍼붓고 지상전을 먼저 시작한 북부에서 먼저 작전 강도를 낮추고 대피령으로 남부로 몰아낸 주민들의 귀환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미국이 주장해 온 저강도의 표적화된 작전으로의 전환을 어느 정도 수용할 뜻을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기자회견에서 작전 전환 시점이 명시되진 않았다. 오스틴 장관은 군사 작전 일정 관련 질문을 받고 "이것은 이스라엘의 작전이며 나는 일정이나 조건을 지시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주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3주 정도 안에 더 정밀한 전술로 전환하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스틴 장관은 회견에서 이스라엘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철통 같고" 변함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는 도덕적 의무이자 전략적 필수"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달 말 임시 휴전 기간부터 이스라엘에 민간인 사상자를 키우는 대규모 폭격을 자제하고 표적화된 정교한 작전으로 전환하라는 압력을 가해왔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0월 7일 이후 이달 18일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1만 9453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엔 이스라엘을 가장 강하게 지지 중인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도 작전 변경 및 휴전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로이터>를 보면 18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너무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며 "지속가능한 휴전"을 촉구했다. 다만 수낵 총리 대변인은 이러한 촉구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교전 일시 중단을 지지하는 것이지 즉각적이고 전면적 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주말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도 영국 <선데이타임스> 공동 기고를 통해 지속가능한 휴전을 촉구했다. 17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즉각적 전투 중단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19일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지난 8일 표결에서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3개국 찬성에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 채택이 불발돼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미국이 결의안 초안 문구에 이의를 제시하며 18일로 예상됐던 표결이 미뤄졌지만 아랍 국가들은 미국이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지지 가능한 문구를 협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다만 유엔 총회 결의안과는 달리 안보리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실제적으론 많은 당사자들이 이를 무시하는 쪽을 택한다고 <AP> 통신은 짚었다.

지난 15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인질 3명이 오인 사살되면서 인질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이스라엘 국내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전쟁 종료 없인 추가 인질 석방이 없다는 입장이다.

바깥에선 휴전과 이스라엘군 작전 변경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자지구 내부엔 가혹한 폭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일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밤새 남부 라파에 대한 공습으로 주거용 건물 세 채가 무너지며 최소 2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당초 사망자는 9명으로 보도됐지만 잔해 밑에서 계속 주검이 발견되며 사망자가 늘고 있다. 18일 영국 BBC 방송은 가자지구 보건부가 전날 밤 북부 자발리아 공습 사망자가 11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인구 85%인 190만 명이 난민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가자지구를 봉쇄 중인 이스라엘이 구호 트럭 진입을 위한 추가 검문소를 개방했지만 여전히 10월 7일 이전 구호 물품 반입량의 절반도 못 미치는 하루 200대가 안되는 트럭이 유입되며 주민들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8일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기아를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빌미로 연이어 민간 선박을 공격해 이 지역 교역로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18일 오스틴 장관은 성명을 통해 홍해 안보를 위한 다국적 안보 구상을 밝혔다.

그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 창설을 알리며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참여해 홍해 남부와 아덴만의 안보 문제에 함께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전 목적은 모든 국가의 항해의 자유를 보장하고 지역 안보와 번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연계됐다고 주장하는 상선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자 기업들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인 수에즈 운하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길로 우회하고 있다.

BBC를 보면 18일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 BP는 홍해를 통한 모든 원유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15일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도 홍해를 통한 항해 일시 중지를 발표했다. 한국 해운사인 HMM도 희망봉을 거치는 항로로 우회하기로 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수출·국제무역연구소 사무총장 마르코 포르지오네는 BBC에 희망봉을 도는 대체 항로 이용 땐 선박이 2주 정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 연료비와 보험료도 발생하고 경로 변경으로 인한 항구 혼잡으로 추가 지연 발생 가능성도 있어 전세계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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