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고 나 살자” 싸우더니 같은 편?…마트·시장 관계 반전이었네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3. 12. 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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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주말과 휴일에
시장은 평일에 큰폭 늘어
10년 새 온라인 쇼핑 부상
대형마트, 절대강자 아니야
마트와 시장 대결 구도보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립
업태변화 고려한 정책 필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19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청주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한 이후 대형마트는 주말에, 전통시장은 평일에 매출을 크게 늘렸다. 특히, 양쪽 모두 평일과 주말을 합친 전체 결제액이 상승한 것은 ‘윈윈’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대립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채널이 대결하는 양상이므로 유통업 규제도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KB국민카드가 5~10월 청주시 유통업계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청주 육거리시장은 평일 결제액이 11.6% 증가한 데 반해,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10.7% 감소했다. 반대로, 휴일엔 대형마트가 16.9% 상승하고, 육거리시장이 4.4% 불었다. 대형마트 방문은 주말에, 전통시장 방문은 평일로 분산되면서 요일별로 분산 효과가 생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주말에 장을 많이 보는데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여러 불편한 점이 있고 후생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주말 영업규제를 주중으로 옮기는 게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마트의 평일과 휴일을 모두 더한 매출이 1.1%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은 아직 마트 휴무 평일 변경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는 주말에 가족이 가서 쇼핑을 넘어 식사도 하고, 놀이 시설을 이용하는 등의 수요가 많다”며 “영업일 규제 변경이 시민 다수에게 인식되면서 주말 매출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일요일 휴업 규제 초기에 대형마트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10년 이상 지속된 사이 온라인 쇼핑몰 등 소비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대형마트가 얻는 효과는 이전과 비교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점제로 인한 효과는 물론 완화에 다른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의무휴점제 자체가 점차 존립 근거를 잃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구시 청주시 등 의무휴업일을 변경한 지자체에서 기존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는 데이터가 잇달아 나오면서다. 앞서 대구시가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으로 인한 주요 업종별 매출액 증감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대구시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었다. 대형마트 및 SSM 매출은 6.6% 증가했다. 전통시장 또한 2·4주 일·월요일 매출액이 34.7% 늘어 전체기간 증가율보다 2.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내년에 서울 서초구에 이어 동대문구 등 타 지자체들도 본격적인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가 더 이상 유통업계 절대강자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제도 수정·보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통업계 업태별 매출구성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0월 19.9%에서 지난달 10.9%로 떨어졌다. 반면, 온라인 판매의 점유율은 동 기간 31.4%에서 51.9%로 상승했다.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조원을 최초로 돌파한 가운데, 대형마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5년새 점포수가 약 30개 감소했다. 스스로 폐점을 선택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대세가 온라인으로 넘어간 가운데, 이커머스는 365일 24시간 영업하고, 대형마트는 영업시간과 출점 제한 속에서 더욱 고군분투하는 양상이다.

이때문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단순한 대결 구도로 보기 보다는 온라인과의 경쟁 속에서 손잡아야할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시장은 매력을 살리고, 대형마트는 상생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면 전체 오프라인 시장을 활성화할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주말에 문을 닫으면 주변 식당 등 상권도 사람이 뜸해 제대로 장사가 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상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전통시장을 핫플레이스로 찾는 젊은층이 늘면서 시장의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옛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시장 맛집과 디저트를 찾아 방문하는 2030대가 증가하는 것이다. 대형마트와는 다른 친근한 분위기를 즐기고 상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선 서울 영등포시장, 통인시장 등에 위치한 맛집을 공유하는 게시글과 영상이 인기를 끈다.

대기업이 실제 전통시장과 상생한 사례도 속속 나온다. 서울시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위치한 60년 전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스타벅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둘러보면서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됐다. 지난달부터 경동시장 신관(청년몰) 옥상에서 진행되는 ‘루프탑 푸드트럭 야시장-경동1960’도 이목을 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실효성 없단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있어선 소상공인 보호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대형마트가 시장과 상생모델을 만들고 경쟁이 아닌 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단순 대형마트 규제보다는 시장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지역 상품권이나 지역화폐등 여러 방법으로 전통시장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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