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답답하네'…대주주 요건 완화 여부에 개미들 '촉각'
기준일까지 4거래일 남았는데 여전히 '오리무중'
'늦어질수록 변동성 커진다' 지적도
대주주 판정 기준일인 오는 26일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변화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주주 기준 완화 여부에 따라 연말 ‘매물 폭탄’이 올해도 속출할지가 결정될 전망이라서다. 각종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수급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상목 “종합적으로 결정할 문제”
1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 청문회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에 대해 “자산·국가간 자본이동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내외 경제 요건을 따져 종합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반 근로소득세나 양도소득세와는 다른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최 후보자는 ‘(세제 완화 조치에 따른) 세수 부족에 대한 대안이 있는가’라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엔 “특정 항목에 대해 세수 부족을 계산하는 것보다는 전체적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같이 봐야한다”고 말했다.
증권가 일각은 최 후보자의 이날 발언이 대주주 양도세 완화 가능성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세형평성과 세수 부족 등 그간 대주주 요건 완화를 놓고 나온 주요 반대 근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명했다는 해석이다.
4거래일 남았는데…‘한다는건가, 만다는건가’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이날도 정부의 대주주 요건 완화 관련 방침이 명확히 나오지 않아서다.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실제 진전은 아직이다.
이는 '큰손' 투자자들과 개미투자자 모두에 부담이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큰손 투자자들이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려면 12월 마지막 거래일의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주식은 매매 뒤 2영업일 뒤에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오는 26일이 지분 매각 '데드라인'이다. 19일로부터 불과 4거래일 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곧바로 상향된 대주주 기준을 적용하려면 국무회의에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 이날(19일) 국무회의 상정이 불발되면서 일정이 더욱 빠듯해졌다. 연내 정례 국무회의는 오는 26일 하루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국무회의 결론까지 기다려 거래 포지션을 정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대주주 기준 완화를 놓고 임시 국무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지만, 부유한 고객들은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이미 분할 매도에 돌입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를 거칠지 여부도 매도세 추이를 가를 관건이다. 합의 절차가 더해지면 시일이 더 필요할 공산이 커서다. 대주주 기준 완화는 시행령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국회와 관계없이 정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작년 야당과 대주주 기준을 올해까지 유지하기로 협의한 것을 감안해 여야 합의가 우선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
야당은 이날 최 부총리 후보 인사 청문회에서도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대주주 기준 결정은) 여야 합의로 한 것"이라며 "장관이 된다면 이에 대해 국회와 반드시 협의할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대해 "예.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매년 나온 절세용 매물폭탄…올해도?
이렇다할 방침이 나오지 않으면서 증시는 점점 연말 '매물폭탄'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대주주 완화를 기대해 매물을 일찍 내놓지 않은 이들이 많다면 연내 남은 거래일 동안 매물이 예년보다 더 많이 출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이날(19일)까지 7거래일간 개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3조53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4~12일에 비해 2.3배 이상 많은 규모다. 개인들은 지난 7거래일간 총 95조3190억원만큼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코스피에서 개인 매도세는 에코프로머티(5조710억원), 두산로보틱스(2조4610억원), 삼성전자(1조5960억원) 등에 집중됐다. 코스닥에선 LS머트리얼즈(6조5190억원), 블루엠텍(2조8580억원), 에코프로(2조3350억원), 에코프로비엠(2조2400억원) 등을 팔았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통상 대주주 세금 회피 매물은 코스피에선 중형주, 코스닥에선 대형주에 집중된다”며 “매년 연말 지수 자체엔 큰 영향이 없지만 개별 종목을 보면 매물이 상당히 급증한다는 게 거래시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시가총액이 크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종목에 영향이 많을 전망”이라며 “올해는 이차전지 관련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늦어질수록 변동성 커진다”
증권가에선 당국이 방침을 확정하는 시일이 늦어질 수록 주식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행 기준이 유지되든 바뀌든 방침이 정해지기까지 대기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있는 까닭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련 소식 동향에 따라 코스닥을 중심으로 개인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만일 대주주 양도세 요건이 완화되면 코스닥과 신규 상장주에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정안이 확정되면 올해 말 개인 투자자의 물량 부담은 덜어질 것”이라며 “개정된 내용이 향후 2025년에 도입될 금융투자소득세 세부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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