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명품까지 점령...발란·트렌비·머스트잇 '빨간불'

최다래 기자 2023. 12. 1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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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버티컬 플랫폼 영역에 최강자 들어오는 셈"

(지디넷코리아=최다래 기자)쿠팡이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해 그간 공산품 대비 상대적으로 약했던 '명품 패션' 카테고리 점령에 나서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쿠팡은 올해 명품 뷰티 '로켓럭셔리'를 선보이는 등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직구 플랫폼이 국내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며 공산품만 잘 해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 패션 업계 강자로 쿠팡이 등판하면서 발란·트렌비·머스트잇·캐치패션 등 명품 위주의 사업 모델로 성장한 군소 이커머스 플랫폼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쿠팡, 6천500억원 주고 ‘파페치’ 인수…명품 패션까지 잡는다

파페치

쿠팡은 18일(현지시간) IR 홈페이지를 통해 5억 달러(약 6천500억원)를 투입해 온라인 럭셔리 기업 파페치 홀딩스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파페치는 2007년 영국에서 설립,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1천400개 명품 브랜드를 미국·영국 등 190개 글로벌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세계 최대 명품 온라인 플랫폼이다.

쿠팡은 파페치 인수를 통해 신선식품이나 가전, 공산품에 비해 부족했던 패션과 명품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의 롤모델 아마존도 2006년 패션 온라인 쇼핑몰 ‘샵밥’, 2009년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를 인수하며 패션 상품군을 보강했다.

쿠팡은 올해 7월 명품 뷰티를 한데 모은 ‘로켓럭셔리’를 출시하는 등 명품 카테고리 투자를 이어왔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68억 달러(20조8천억원)로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높았다.

또 쿠팡 서비스, 물류 인프라 시너지로 다소 불편했던 파패치의 사용성과 배송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파패치는 그간 뉴욕·파리·밀리노 등 브랜드 부티크 인근 지역에서 90분 배송, 당일 배송을 제공했으나 한국에서는 최대 5일 배송 기간이 걸렸다.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국내 배송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쿠팡은 창립 이후 6조2천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 100개 이상 물류 센터를 확보해왔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파페치는 명품 분야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주는 변혁의 주체였다”며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에 대한 고품격 경험을 제공하는데 다시 한번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데 덮친 격’ 국내 버티컬 명품 플랫폼, 버틸 수 있을까?

트렌비 새 로고. LED 전광판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

쿠팡이 파페치와 손잡고 명품 시장 글로벌 리더를 노리면서, 이미 수백억 수준 적자를 기록하며 생존 중인 발란·트렌비·머스트잇·캐치패션 등 군소 버티컬 명품 플랫폼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해 발란은 영업적자 373억원을 기록, 전년(185억원) 대비 적자 폭이 2배 증가했다. 머스트잇은 2021년 100억원이던 적자가 지난해 168억원으로 늘어났다. 트렌비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으나, 여전히 세자릿수 적자 규모를 기록했다. 여기에 젠테, 캐치패션 등 후발주자 명품 플랫폼까지 존재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명품·패션 분야에 사이트 특성이나 플랫폼 이미지 상 입점이 잘 진행되지 않았는데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봤다.

이어 “두 개 몰로 각각 운영하다 점차적인 연동, 파페치 일부 상품 로켓배송 등 여러 방면으로 시너지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쿠팡이 명품과 패션 온라인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정해질 것”이라면서도 "명품 패션만 버티컬로하는 발란·머스트잇·트렌비는 힘들어지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버티컬 플랫폼들이 하던 영역에 최강자가 들어오는 셈”이라며 “배송과 가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주목되는데, 쿠팡이 명품 제품을 과도하게 싸게 판매하게 되면 시장을 해칠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명품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아직 쿠팡이 파페치와 어떤 사업을 전개할지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경쟁력을 더 키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파페치는 까르띠에 소유 리치몬트 그룹, 중국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과도한 인수와 지분 매입 등으로 인해 최근 시총이 2021년 대비 100분의 1로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파페치가 5억 달러(약 6천500억원)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도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쿠팡이 구원투수로 나선 격이라는 얘기도 있다. 

쿠팡은 투자사 그릭옥스 캐피탈과 함께 합작사 ‘아테나’를 설립해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와 자산을 인수한다. 아테나 지분은 쿠팡이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소유한다.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파페치는 이번 인수로 비상장 회사로 전환된다.

최다래 기자(kiw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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