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온라인몰에 美반도체 버젓이…'구멍 숭숭' 제재 비웃는 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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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무기와 군수물자로 쓰일 수 있는 제품의 수출을 금지했으나, 러시아에선 이들 물건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등 제재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는 도청과 위장회사 설립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 정부는 물론이고, 제품을 매입하는 중국 무역업체나 이들 제품을 러시아로 환적하기 위한 모로코, 튀르키예 등의 협조도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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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구매 후 모로코서 환적…도청·위장회사 통해 무역로 유지
"끝없는 두더지 잡기와 같아"…제재 실효성 자체에 의구심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무기와 군수물자로 쓰일 수 있는 제품의 수출을 금지했으나, 러시아에선 이들 물건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등 제재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는 도청과 위장회사 설립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 정부는 물론이고, 제품을 매입하는 중국 무역업체나 이들 제품을 러시아로 환적하기 위한 모로코, 튀르키예 등의 협조도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Nag', 'OCS 디스트리뷰션' 등 여러 러시아 온라인 쇼핑몰에서 수입이 금지된 미국 및 유럽산 통신 장비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제품은 시스코, HP, 주니퍼, 에릭슨, 노키아 등 서방 주요 통신 제조사가 만든 물품이다.
미 싱크탱크 실버라도 정책 액셀러레이터(Silverado Policy Accelerator)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9월까지 러시아에 수입된 반도체의 85%는 중국과 홍콩에서 공급됐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 27%에서 급등한 것이다.
Nag는 올해 들어 중국에서 1억5천만 달러(약 2천억 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했으며,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최근까지 제재 대상인 미국산 기술 제품 1억 달러(약 1천300억 원)어치를 중개상을 통해 사들인 사실이 무역 자료로 확인됐다.
이렇듯 중국 등지에서 구한 장비들을 러시아로 들여오는 데는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이 우회로로 이용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확인한 서류에 따르면 모로코 주재 러시아 무역 대표부는 생체 인식 장비와 기술을 판매하는 러시아 전자기업 프로소프트로부터 전자부품 조달 요청을 받은 뒤인 지난해 4월 "모로코 국영 항구 탕헤르메드의 총책임자와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며 "러시아 국적 선박의 입항 시 정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주모로코 러시아 무역 대표부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자신들의 직접적 지원 덕분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자제품의 환적 허브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 무렵 러시아 통상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탕헤르메드에 러시아행 환적을 지원할 물류업체 20곳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러시아 루블화 결제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한 통상 관계자가 튀르키예 무역로를 언급하면서 "제재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이 무역로 유지를 위해 무역상을 도청하고 위장회사를 설립한 사실도 다수의 유출된 이메일과 대화 기록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 통상 관계자들은 매주 운송 경로, 루블화 결제 가능 여부, 선박 정비 시설 등 정보를 공유하며 유동적인 상황에 시시각각 대처했다.
이처럼 치밀한 국제적 공조에 단속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제재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엘리나 리바코바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끝없는 두더지 잡기 게임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다수의 제재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Nag에서는 금수 품목인 통신 장비들을 가격, 유형, 수량별로 필터링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통신업체 콘벡스의 한 직원이 내부 게시판에 "'세일-서버'라는 업체를 새로 찾았다. 여기가 Nag보다 더 싸다"며 다양한 공급업체 중에서 선택을 고민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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