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대표 구속’ 거리 두는 민주… “탈당한 개인의 몸”

당내선 의원 줄소환 우려 목소리
비명 “李, 사법리스크 탓 방관” 비판
안민석은 “검찰공화국의 한 단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된 가운데 민주당은 19일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당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안이 터졌지만 마땅한 수습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이재명 대표가 본인 사법리스크 때문에 돈봉투 사안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송 전 대표 구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탈당하셔서 개인의 몸인데, 민주당에선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 최대 20명이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데 대해서도 “수사기관에서 정확하게 확인된 게 없어 단정지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돈봉투 의혹에 대한 당 차원 조사 계획 또한 현시점에선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에선 민주당 현역 의원의 줄줄이 소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잇따르는 검찰 소환조사가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명백하기 때문이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돈봉투를 수수했다고 여겨지는, 그간 보도된 20명 정도 현역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곧장 이어질 것”이라며 “이어진다면 공천 문제와 직결돼 있는 문제다. 쌍특검 정국에서 여권은 이 소환조사를 가지고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면서 물타기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 돈봉투 의혹이 터진 직후 당 지도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선제적으로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수사 권한이 있는 게 아닌 만큼 그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단 이유로 유야무야된 터였다. 당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송 전 대표가 구속된 만큼 지도부가 지금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계(비명계) 모임인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더는 우리에게 수사권이 없다며 도망 다니지 말고 관련 의원들을 불러서 사실 여부를 솔직하게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겨냥해 “본인이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만약에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본인도 당대표를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원은 송 전 대표 구속을 두고 “검찰공화국의 한 단면”이란 평을 내놓아 또 한 번 ‘정치 탄압’ 프레임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안민석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게 윤석열정권 검찰공화국 아니었으면 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환·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