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구속에 민주당 침묵...“도덕성 몰락, 반성 실종 ‘86운동권’ 모습”

김경화 기자 2023. 12. 19. 18: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미 탈당한 사람”… 사과 없어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에 연루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송영길(탈당)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전날 구속된 데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도부는 송 전 대표에 대해 “이미 탈당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당 내부에선 최대 20명의 현역 의원이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돈 봉투 리스크가 현실화된 데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도덕성과 책임 의식을 잃은 ‘86 운동권’의 상징적인 모습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구속 여부와 관련해 무대응하는 것으로 사전에 입장을 정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 “송 전 대표는 지금은 탈당을 해 개인의 몸”이라며 “민주당에서 공식 입장은 없다. 재판에 들어갈 텐데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민주당 의원 20명이 돈 봉투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 현재까지 수수 혐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3명 정도다. 나머지 17명에 대한 수사 향방에 따라 지뢰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임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이름들만 거론됐지 수사기관에서 확인된 건 정확히 없어 단정 짓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0명 안팎의 실명이 거론되는 만큼 쉬쉬하는 모습이다. 의원 단체 채팅방에도 이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고 한다. ‘원칙과 상식’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전직 대표가 돈 문제로 구속됐다면 엄청난 일”이라며 “우리가 돈 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고, 국민들이 보기에 적극적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느낌은 안 줬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도 “20명 정도의 현역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곧장 이어진다면 이는 총선 공천 문제와 직결된다”며 “아마 여권은 이 소환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면서 ‘김건희 특검법’ 정국을 물타기 하려 들 것”이라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이고 국민은 정체성을 잃은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통합비대위’ 설치를 거듭 주장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은 86 운동권 중심 민주당 도덕성 추락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겨지는 분위기다. 대표적 86 정치인인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당내 잔치’라고 표현하며 “이게 무슨 중대 범죄냐”고 했었다. 송 전 대표에 대해 “아직 집 없는 정치인, 물욕이 적은 사람”(김민석 의원), 돈 봉투에 대해 “밥값, 기름값 수준의 돈”(정성호 의원)이라며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동시대 정치인들의 목소리도 나왔었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한 차례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이후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았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이날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을 이렇게까지 탄압하고 이게 꼭 구속까지 갈 사안인가”라며 “검찰공화국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김민석 의원은 “대한민국 최대 과제는 검찰 독재 종식”이라고 했다. 사건 핵심 인물이 구속됐지만 반성은 없이 ‘검찰 탓’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586 운동권의 씁쓸한 윤리적 몰락을 목격한다”며 “부패한 꼰대 혹은 청렴 의식은 없고 권력욕만 가득한 구태가 오늘 그들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구태 정치에 매몰될 대로 매몰되어 죄가 죄인 줄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보수당에서도 사라진 돈 봉투 살포 사건으로 민주당이 국민적 멸시를 받는 상황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한편 송 전 대표의 구속으로 야권에서 제기된 ‘송영길 신당’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 역시 2심에서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한 상태라, 사법 리스크 때문에 신당파가 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심 판결은 내년 2월 8일로 잡혀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조국 신당을 준비하던 팀이 해체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