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나훈아·조용필, 공연의 신들이 떴다
공연의 신(神)들이 연말 공연가를 달구고 있다. 바로 나훈아와 조용필이다. 나훈아는 오랜 공백기 끝에 2017년에 11년 만에 복귀했다. 공백기 때 팬들과 만나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복귀한 후엔 쉬지 않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계속해서 신곡을 발표하며 공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올 연말에도 나훈아 투어가 펼쳐진다. 보통 중년 이상 트로트 가수들은 디너쇼와 행사를 많이 한다. 그런데 나훈아는 원로 가수인데도 젊은 케이팝 스타들처럼 공연 투어를 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12월 9, 10일에 대구에서 3회 공연으로 총 2만4000여 명을 동원했고, 16, 17일엔 부산 벡스코에서 3회 공연으로 총 3만 명을 동원했다. 이 정도면 아이돌급 관객 동원력이다. 만약 더 큰 공연장이었다면 관객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12월 30, 31일 공연은 원래 서울 차례였으나 서울에서 대형 공연장을 아예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나훈아 같은 대형스타가 투어할 공연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큰 문제다. 케이팝 부흥을 외치는 나라에서 공연장 인프라가 너무 부실하다.
나훈아 공연은 우리나라에서 월메이드 공연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이미 공연 잘 하는 가수로 정평이 나 있어서 그가 공연하기만 하면 으레 매진이다. 지난 주말엔 갑자기 한파가 닥쳤지만 벡스코의 공연 열기를 잠재우진 못했다. 관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공연장 주변의 교통이 정체되기도 했다.
과거에도 공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나훈아의 열정은 관객을 감탄하게 했었다. 76세인 지금도 그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지난 주말 부산 공연만 해도, 이틀 동안 3회 공연을 해냈다. 하루에 2차례 공연도 했다는 이야기다. 젊은 사람도 힘들 일정이라는 점에서, 나훈아의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그의 공연은 완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대형 히트곡이 워낙 많아서 부모 자식 세대가 함께 가도 모두가 노래를 즐길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국민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훈아의 진행 능력도 정평이 나있어서, 그의 노래와 멘트를 홀린 듯 듣다보면 어느새 2시간 반 공연이 끝나버린다. 그래서 공연계 대표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조용필 공연도 국민공연이다. 그도 나훈아처럼 방송, 행사, 디너쇼 등은 자제하면서 공연으로 국민과 만난다. 보통 가수가 공연으로 'OO과 만난다'고 하면 '팬들과 만난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앞에서 팬들이 아닌 국민과 만난다고 표현한 이유는 정말 글자 그대로 다양한 국민이 조용필 공연장을 찾기 때문이다. 그의 공연은 팬들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 다양한 국민들의 관심사가 됐다. 명실상부한 국민공연이다.
조용필 공연은 나훈아 공연보다 젊은 세대가 더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훈아는 70년대부터 전성기였지만 조용필은 80년대부터였다. 또 나훈아는 트로트 중심이지만 조용필은 트로트부터 록음악까지 훨씬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가장 최근 나온 신곡 '찰나'는 팝록 장르였다. 이렇다보니 더 폭넓은 세대가 조용필 공연장을 찾는 것이다.
그는 노력하는 천재다. 원래 음악성을 타고난 사람이지만 후천적으로 끊임없이 절차탁마를 이어왔다. 특히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몇 시간씩 연습한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러니 원로가 된 후에도 장시간 동안 단독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훈아는 연말 서울에서 대형 공연장을 잡지 못했지만 조용필은 대관에 일찍 나섰는지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을 확보했다. 조용필 정도면 이보다 훨씬 큰 곳도 매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워낙 공연장이 귀한 상황이라 KSPO돔이라도 다행으로 느껴진다. 사실 KSPO돔은 웬만한 아이돌도 쉽게 매진시키지 못할 정도로 큰 곳이다. 조용필이니까 이런 곳조차 작아 보이는 것이다.
조용필의 공연 실력과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사운드는 유명하다. 이번 KSPO돔 공연도 놀라운 완성도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독감으로 컨디션이 나빴는데도 완벽하게 공연을 해냈다는 관람평이 여러 커뮤니티에 등장했다. 이번 투어는 55주년 기념 투어로 광주, 서울을 거쳐 대구, 부산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조용필은 73세다. 벌써 70대가 된 가왕과 가황, 이 두 거장이 연말 공연가의 두 축을 형성하는 것이다.이 둘이 여전히 현역으로 투어를 이어가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우리 공연계의 역사가 되고, 가요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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