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추진에 업계 반발 이어진 까닭

박미선 기자 2023. 12. 19. 18: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플랫폼 독과점 막겠다는 취지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추진 예고
업계 "산업 특수성 고려안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단 기준도 모호" 비판
[세종=뉴시스]민생 살리는 플랫폼 독과점 정책 추진 보도참고자료 관련 브리핑 사진이다.(사진=공정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두고 "과하다"며 작심 발언을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추진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이 공정위를 향한 비판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독과점 규제는 공정위 고유의 업무이지만, 공정위가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 수단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더욱이 사안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는 기준도 명확치 않아 공정위 판단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공정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차단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카카오·네이버 등 소수의 거대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플랫폼 갑질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국무회의 보고 이후 '플랫폼경쟁촉진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발의를 위해 관계 부처를 비롯해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문제는 공정위의 이 같은 플랫폼 사전 규제가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데다 이미 독과점을 이룬 재벌 대기업에 대해선 문제삼지 않으면서 신성장 산업인 플랫폼에 대해 규제 장치를 추가했다는 데 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형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가 있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독과점의 고착화로 인한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볼 순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외형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토종 기업의 경쟁이 활발한 시장으로, 독과점의 폐해가 발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나타나는 플랫폼 문제들이 특정 기업의 일탈이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는 만큼,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정말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지 최종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후가 아닌, 사전적 규제를 통해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측은 "사전에 미리 이러이러한 것들을 하지 말라고 규제하다 보면, 새로운 서비스를 추진하기 어려워 신규 사업 진출이 막힐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플랫폼 시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전 규제를 가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재벌 대기업의 독과점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눈감아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해외 플랫폼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플랫폼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해 경쟁자를 괴롭히고, 퇴출시키고, 방해하는 독과점 기업이라는 근거 없는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CJ올리브영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8억 9600만 원을 부과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에 시민이 입장하고 있다. 2023.12.07. xconfind@newsis.com

공정위는 최근 국내 헬스앤뷰티 (H&B) 스토어 시장 점유율 70%(1분기 기준 71.3%)에 달하는 CJ올리브영이 협력업체에 독점 거래나 우대 조건을 요구한 혐의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불확실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화장품 시장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어지고, 채널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최대 5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공정위의 이 같은 판단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CJ 외에도 삼성전자, 현대차, SK, CJ, 롯데 등 재벌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과반에 가깝거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84%의 시장점유율(2023년 3분기 기준)을, 현대기아차는 지난 11월 기준 완성차 5사의 전체 판매량의 92.5%를 점유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현 정부 들어 이들 기업에 대한 독과점을 문제삼지 않으면서, 신산업으로 해외 플랫폼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만 독과점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오프라인 유통 시장과도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는데, 온라인 플랫폼 기업만 사전 규제한다는 논리는 공정위가 CJ올리브영 사건의 온·오프라인 통합 시장을 인정한 것과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플랫폼 사전 규제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기업의 성장을 봉쇄하고, 투자 동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암참은 "특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별도의 사전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 정부의 당초 공약과 반대된다"며 "이는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근거 없는 섣부른 사전규제는 불필요한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영세 사업자의 판로를 잃게 해 소비자 후생의 후퇴를 유발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전규제 논의보다는 기존 법을 활용해 최소 규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뿐 아니라 올해 들어 공정위 규제와 관련한 여러 기업들의 작심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손경식 CJ그룹 대표이사 회장(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올리브영이 납품업체 갑질 혐의로 1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과 관련해 "괴로운 일"이라며 "공정위가 기업을 너무 어렵게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JW중외제약은 최근 유통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2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자 "제약사 본연의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적 공방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공정위가 '로톡'을 통한 변호사들의 광고를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변협을 포함한 직능단체들은 "공정위가 전문직역 시장의 공정거래를 해쳤다"고 비판했다.

또 이를 "공정위의 기본적 책무를 져버린 행위"로 보고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이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대한 피해를 끼치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도 통신 3사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조사에 나서자 "(공정위가) 상황을 너무 엄격하게 보고 있다"며 우회적 비판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