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본선행에 '깜짝 발탁' 없었던 이유
3월 첫 평가전부터 최근까지 큰 변화 없어
아시안컵 국내 훈련 소집 명단도 예상된 결과
북중미 월드컵 대비 때 '새 얼굴' 노려볼 수도
황의조(노리치시티) 대체자로 거론되던 K리그1 득점왕 주민규(울산)가 결국 클린스만호에 승선하지 못하면서 또 다시 'K리그 홀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스포츠 전문가들은 "예상된 결과였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아시안컵 본선을 앞두고 이제와 '깜짝 발탁'을 하는 게 도리어 팀 분위기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19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취임 후 5차례 동안 총 43명을 국가대표로 소집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처음 치른 3월 콜럼비아전부터 지난달 중국전에 이르기까지 명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간 팬들 사이에선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등 국내 축구의 취약한 포지션을 메우기 위해 클린스만 감독이 K리그를 자주 관전하며 새 얼굴을 발탁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팬들의 요구와 달리 유럽과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고집하며 주로 해외파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고, K리그 선수 발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K리그를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주민규 논란 또한 같은 맥락이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가 23명에서 26명으로 늘고, 황의조가 갑자기 명단에서 빠졌음에도 리그 최고의 공격수인 주민규가 빠진 데 대해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K리그 홀대론'이 작용한 게 아니냐고 토로한다.
하지만 스포츠 전문가들은 리그 성적이 좋고, 전설적인 선수라 해도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는 만큼 이를 'K리그 홀대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박문성 스포츠 해설가는 "클린스만 감독이 K리그 현장을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더 폭넓게 선수를 보지 않는 것에 대해선 문제제기할 수는 있지만 특정 선수를 왜 뽑지 않았냐고 비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 해설가는 또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진작부터 이 멤버로 아시안컵을 치를 것임을 예고했다"며 "선수 선발에 대한 권한을 우리가 인정하고 줬기 때문에 이제는 이 멤버로 결과를 내야 한다고 얘기할 때"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취임 후 사실상 아시안컵을 위해 달려온 것인만큼 1년간 평가전을 통해 손발을 맞춰온 선수 외에 다른 선수를 갑자기 발탁하는 건 부담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엔트리가 26명으로 늘어서 28일 최종 엔트리 발표 때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때도 지금까지 명단에 아예 없었던 선수를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23명으로 경기 계획을 짜왔기 때문에 추가 발탁된다 해도 경기 투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파 중점 선발에 대해선 한국축구의 황금기라 불릴 정도로 유럽파가 많아진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홍현석(헨트),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김지수(브렌트포드), 양현준(셀틱),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이 모두 유럽파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 시절에는 유럽파라 해봐야 안정환, 설기현 등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비중있는 클럽에서 비중 있는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어떤 감독이 와도 기본 뼈대는 비슷한 선수들로 갈 수밖에 없는, 베스트 11이 유럽파로 나올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이 끝은 아닌만큼 아시안컵 이후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장 위원은 "아시안컵은 곧 본선이라 지금 뽑아서 테스트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후 두 번째 무대(북중미 월드컵)에서 여유가 생기면 다른 선수들도 가능성을 시험해볼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해설가도 "클린스만 감독은 1월 아시안컵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중미 월드컵은 아시안컵 이후에 다시 팀을 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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