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여의도와 용산, 쌍두 체제의 그늘
소여, 거부권·검찰에 기대
국정 교착, 포퓰리즘 기승
한국 정치에서 정쟁은 익숙한 풍경이다. 올해는 강도가 유난스러울 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암컷이 설친다"(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방울 달린 남자들이 여성 하나보다 못하다"(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 등 막말 홍수에서 보듯이. 이런 '증오정치'는 표차가 박빙이었던 대선 결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장동 비리와 처가 리스크로 '비호감 대결'을 벌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연장전을 치르고 있는 꼴이어서다. 쌍특검법 격돌이 그 징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그간 입법권을 쥔 야당과 행정권만 가진 소수 여권이 사사건건 부딪쳤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168석)으로 방송법 등을 일방통과시키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섰다.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등은 민주당이 여당일 때는 처리할 엄두도 내지 않았었다. 특히 민주당은 걸핏하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법한 장관 탄핵 카드를 빼들었다. 취임 석 달도 안 된 방통위원장을 탄핵하려 하자 몇 달간 발이 묶일 이동관 위원장은 제 발로 물러났다.
시행령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윤 정부의 자구책도 한계를 드러냈다. '문재인표 탈원전' 폐기를 선언했지만 민주당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사업비 등 원전 관련 예산 1800여억원을 삭감했다.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니 우주청 등 윤 정부의 여타 국정 어젠다도 물 건너갔다. 지난 대선 전 '정치판의 타짜' 김종인은 "이재명이 당선되면 더 폭주할 것이고, 윤석열이 이기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측이 다 들어맞은 건 아니지만, 작금의 국정이 정상궤도를 벗어난 건 분명하다. '용산' 행정 권력과 '여의도' 입법 권력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형국이니…. 그리스 신화 속 머리 둘 달린 괴수견(오르트로스)처럼.
이 같은 '오르트로스 통치체제'는 민주공화정의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국정 현안이 정상적 '견제와 균형' 시스템에서 타협·절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가 정반대로 질주하며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있으니 그렇다. 이는 국가공동체 속 누구에게도 이롭진 않다. 여야 스스로에게도 해롭다고 봐야 한다. 날 선 막말이 자기 진영을 단결시킬 순 있을지 모르나, 중도 표를 잃는 등 역효과가 더 크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쌍특검법을 매개로 '너 죽고 나 살자' 게임은 지속될 낌새다. 거야 입장에서 '대장동 50억클럽 특검'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서, '김건희 특검'은 내년 총선을 앞둔 공세용으로 요긴하기 때문이다. 여권이 이 진흙탕 싸움에서 빠져나올 카드도 마땅찮아 보인다. 최근 불거진 김건희 여사 '디올 백 동영상'에서 보듯이 설령 몰래카메라 함정에 빠졌다손 치더라도 자충수를 둔 건 사실인 까닭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미래 세대가 입는다는 점이 심각하다. 국가 백년대계 논의는 교착되고 혈세를 쏟아붓는 선심 경쟁만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면. 이미 그 조짐이 보였다. 여야가 예타를 무시하고 11조원이 들어가는 달빛 고속철도 예산을 짝짜꿍하려 하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의 한전공대 신설 같은 애물단지 공약은 내년 총선에선 새 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포퓰리즘 확산이 '용산'과 '여의도'라는 쌍두체제의 부산물이라면 정치권의 자체 제동은 어렵다. 그래서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민주주의를 가진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된다. 총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유권자의 어깨만 무거워지게 됐다.
kby7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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