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하고 환경 지키고… AI·SW 만나 세상 바꾸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스 구현… 오류피해 방지
세이프모션, CCTV 영상으로 행동 분석
범죄·산업안전사고·인명구조 대응 마련
팬택씨앤아이엔지니어링, ESG 요구맞춰
친환경 5G장비 만들어 에너지 소모 절감
5G 위에서 혁신 만드는 기술기업들
네트워크 기술의 진화는 과거에 없던 시장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더 먼 세상과 더 빠르게 연결되고, 같은 네트워크 자원도 더 스마트하게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G가 AI(인공지능), SW(소프트웨어), 클라우드, IoT(사물인터넷) 같은 혁신기술과 만나 디지털 서비스가 사람들의 손끝 더 가까이, 사회 인프라 곳곳 더 깊숙이 스며들도록 돕고 있다. '혁신 아우토반' 역할을 하는 첨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혁신서비스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와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는 기술 실증을 지원한다. 기업들은 코렌(초연결지능형연구개발망·KOREN) 및 5G 융합서비스 테스트베드 실증과제를 통해 혁신기술을 산업현장으로 옮기고 있다.
◇네트워크 쪼개 전용도로 배정…중요 서비스 제대로 배달한다
도로에 버스전용차로가 있듯이 네트워크에도 놓쳐서는 안되는 핵심 서비스를 위한 전용도로가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 인프라를 복수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운용하는 기술이다. 서로 다른 특성을 요구하는 가입자, 단말기 등에 차등적으로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5G가 상용화되면서 등장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사이버텔브릿지, 넷큐브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이용해 지연이나 누락이 있어선 안 되는 미션크리티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에 도전한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하면 각 서비스에 맞는 네트워크 특성을 최적화해 구현할 수 있다. 분리된 네트워크는 서버나 망 자원을 보장받고, 특정 슬라이스에서 오류나 장애, 트래픽 폭증이 발생해도 영향을 안 받을 수 있다. 독자망 구축이 어려운 기업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맞춤형 기업망을 5G로 구축할 수도 있다.
그동안 공공안전, 철도, 공항, 국방 등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LTE 기술을 이용해 미션크리티컬 서비스를 운용했다. 이음5G의 등장으로 앞으로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5G 미션크리티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행정안전부, 철도기술연구원, 국방부,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관련 기술 도입과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국제철도연맹과 EU(유럽연합)가 유럽 철도통신시스템을 5G 미션크리티컬 서비스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5G에서는 미션크리티컬 서비스에 대한 QoS(서비스품질) 보장에 한계가 있는 게 문제였다. 단말, 기지국 등 5G 상용장비에서 미션크리티컬 서비스에 대한 서비스품질 보장하기 위한 기능이 부족했다. 철도기술연구원 컨소시엄은 이 한계를 깨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5G SA(스탠드얼론) 환경 단말에서 동시에 각각의 네트워크 슬라이스를 통해 복수 개의 미션크리티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실증하는 것에 도전했다.
이를 위해 △철도기술연구원은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 미션크리티컬 시스템 구조설계와 검증 △사이버텔브릿지는 신뢰성 있는 미션크리티컬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슬라이스 플랫폼과 서버·단말 연계기술 개발 △넷큐브는 안전한 미션크리티컬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슬라이싱 온보딩 및 슬라이스별 인증 기술 개발로 역할을 나눴다.
이들은 이동통신 국제표준화 기구인 3GPP(국제이동통신표준화협력기구)의 규격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성과지표를 설정했다. 동시에 2종류의 미션크리티컬 서비스와 일반 애플리케이션을 가상의 네트워크 슬라이스로 구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하고, 그에 맞춰 네트워크 슬라이스별 접속 인증도 이뤄지도록 했다. 자체 5G시스템을 구축해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경기 판교에 NIA가 운영하는 5G 융합서비스 테스트베드에도 시스템을 갖추고 실증테스트를 했다.
사이버텔브릿지는 올해 새로 개발한 이음5G용 4.7㎓ 스마트폰 단말을 활용해 네트워크 슬라이스 기술을 검증했다. 넷큐브는 자체 개발한 기업용 5G코어 및 네트워크 슬라이싱 운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션크리티컬 서비스의 보안 강화 기술을 검증했다.
두 회사는 이음 5G용 단말기를 이용해 판교 테스트베드 운영기관인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와 협력, 미션크리티컬 서비스에 대한 멀티 슬라이스 접속과 네트워크 슬라이스 바인딩 기술 검증도 마쳤다. 이들 기업은 개발한 기술을 철도기술연구원이 구축할 예정인 이음5G-R 테스트베드에 적용해 다른 제조사의 5G 인프라에서 호환성을 검증하는 한편 이음5G-R 표준에 반영해 사업화할 계획이다.
박성수 철도기술연구원 박사는 "세계 최초로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 미션크리티컬 서비스를 실증함으로써 공공안전, 철도, 국방, 이음5G 등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2027년 260억6000만달러로 예상되는 글로벌 미션크리티컬 서비스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겠다"고 밝혔다.
◇5G와 AI의 콜라보…이상 행동 읽어서 사람 구하고 범죄 막는다
5G와 AI의 결합이 범죄 예방과 인명 구조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최근 세이프모션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손잡고 전남대 캠퍼스에서 KT의 5G 네트워크를 활용해 '5G MEC(모바일 에지 클라우드) 연동 AI CCTV'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행동 분석 기술과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 이 기술은 AI를 통해 CCTV 영상 속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 범죄 대응, 인명 구조,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 대응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미지 내에서 인물을 검출·추적·재인식해 자세를 추정하고 행동을 분석하는 복잡한 과정을 포함하며, 이를 위해 상당한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 세이프모션은 이동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5G MEC와의 연동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모든 행동을 인식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실증 테스트에서는 행동 분석 기능을 갖춘 AI CCTV가 5G 네트워크를 연동해 시험했다. 기존에 설치된 고정형 CCTV의 영상 분석을 위한 엣지형 비디오 분석 시스템도 5G 네트워크와 연동해 실증했다.
세이프모션 관계자는 "모든 영상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전송해 처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초저지연 서비스를 위해 5G MEC와 연계해 분산처리와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세이프모션은 CCTV에서 수집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5G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엣지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ETRI의 호남연구센터에서 운영하는 5G 오픈 테스트랩 전라거점을 활용해 실증 테스트를 했다. 이후 광주지역 도심 공원 이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묻지마 범행' 위험이 있는 지역에 이동식 5G AI CCTV를 설치해 분석 작업을 했다. 광주전남지역 어린이집·유치원 5개소와 KT본사 사내어린이집에서도 행동분석 서비스 실증을 벌였다.
세이프모션 관계자는 "5G와 융합한 EVA(엣지영상분석기), CCTV, MEC 분석서버 제품을 도입함으로써 5G를 통해 다양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많은 수요처 경험을 토대로 행동인식 기술을 고도화하고 제품의 글로벌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뚫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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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시대 5G 장비 전력 다이어트 돕는다
팬택씨앤아이엔지니어링은 저전력·고효율 5G 네트워크를 위한 지능형 친환경 장비를 개발해 실증을 진행했다. 최근 전력비용 상승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구로 인해 절전형 5G장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팬택씨앤아이엔지니어링은 이런 흐름에 맞는 장비 시제품을 개발해 자체 시험을 거쳐 5G 융합 테스트베드에서 연동시험을 했다. 여기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후 수요처의 망 환경에서 운영시험도 마쳤다.
3.5G 100M+100M 4T4R(4 안테나 기술) 5G 장비에 쓰이는 친환경 전력관리 기능과 고효율 앰프(전력증폭기)부를 개발한 데 이어 5G 융합 테스트베드에서 실증연구를 함으로써 장비의 신뢰성과 안정성, 현장 적용성을 확인했다. 실증연구는 내부 테스트랩과 경기 판교에 위치한 5G 융합서비스 테스트베드, 장비 수요처인 통신사의 테스트베드에서 3단계에 걸쳐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전력관리 기능을 구현함으로써 부하가 없을 때를 기준으로 딥슬립 모드에서는 30% 이상, 슈퍼슬립모드에서는 80% 이상 기존 앰프스탠바이모드에 비해 전력사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장비 운용자가 원격에서 앰프스탠바이·딥슬립·슈퍼슬립·마이크로슬립으로 모드를 지정해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저전력 장비에서 마이크로슬립모드 사용 전후를 비교했을 때도 소비전력이 40% 이상 줄었다.
고효율 앰프부는 출력 세기를 유지하면서 앰프의 전류량을 감소시켜 시스템 소비전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시스템 전력소모가 2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팬택씨앤아이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실증과정에서 확보한 성능기록 데이터는 수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의 시간대나 데이터 유무에 따라 전력소모를 줄이거나 끌 수 있어 친환경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전력을 20% 이상 줄여주는 고효율 앰프부는 무선통신 기지국과 중계장비에 활용할 것"이라며 "전력비용이 높아지는 가운데 장비 한대 당 연간 1000kwh, 수요기업의 유사한 장비 1만대에 적용될 경우 연간 1000만kwh라는 엄청난 소비전력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전력을 20% 이상 줄여주는 고효율 앰프부와 SW 기술을 국내외 수요처향 중계장비에 적용해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수요처의 에너지 절감은 필연적인 숙제로, 이 기술을 통해 에너지 절감이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운용비용 절감을 통해 투자 선순환 효과를 가져와서 산업생태계의 상생과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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