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불안한 물가…한은 금통위 “예상보다 높고 목표 안착 지연되면 추가긴축도 고려”
“청년·무주택자 집사려고 소비 줄여…저출산·결혼 기피 현상 장기화”
“물가상승률 내수 제약해도 반도체 중심 수출 반등세 예상보다 클 것”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0%로 묶기로 결정한 가운데, 내부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 둔화가 더뎌져 예상보다 높게 나타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19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대로 빠르게 안착되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금융안정 리스크 가능성, 가계부채 증가추이, 주요국 통화 정책의 변화, 외환시장 및 경기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 나가야 한다”며 “물가경로가 현재 예상경로보다 상회하고 목표수준대로의 안착이 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추가긴축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국내물가가 증대된 공급측 상방압력의 영향 등으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목표수준대로의 안착이 지연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대를 웃도는 수준이 이미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고, 근원물가도 더디게 둔화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물가 압력이 가장 큰 문제라는 얘기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내년 전망치까지 상향하는 등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했다.
다른 위원도 “근원물가 등 기조적 물가지표는 3% 초반에서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되고 있으며, 일반인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하락세가 멈춰 3.3% 내외에서 넉 달째 머물러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을 통해 디레버리징(부채 감소)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체감물가가 높아진 점도 지적됐다. 한 위원은 “누적된 비용상승 압력이 경기회복과 맞물리면서 가격전가폭이 확대될 수 있다”며 “최근 소비자물가가 농산물 및 에너지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오르면서 체감물가가 높아진 점도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맞물려 물가하락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현재 긴축기조와 관련한 문구가 ‘상당기간 지속한다’에서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로 수정됐다.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올려 잡았는데,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상당한 수준인 가계부채 누증 문제도 연달아 지적됐다. 한 위원은 “경제·금융 상황을 요약하면 수출여건은 현저히 개선되어 갈 것이나, 소비의 회복흐름이 완만한 가운데 물가는 예상보다 경직적인 둔화흐름을 이어가고 민간부채 누적에 의한 금융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을 현재 정도로만 유지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등 실물자산 보유 비중이 작년 기준 약 63%로 미국·일본·영국의 30~50%보다 높은 편인데, 그럴수록 청년층·무주택자가 주택 구입을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부동산 가격의 조정(집값 하락)을 통해 실물자산 비중이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 수준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정도로는 실물 자산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 유례없는 저출산과 결혼 기피 현상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금통위원 중 한 사람은 가계대출 누증 원인으로 지적되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낮출 효과적인 수단이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이에 관련 부서는 “무엇보다도 주택시장이 심리적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기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소폭 하향된 점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관련 부서는 “물가상승폭 확대 등이 내수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수출 반등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강할 것으로 보여 성장률 전망 하향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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