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 통했나···2심 뒤집힌 배경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2심 재판부가 19일 1심 판단을 뒤집고 윤 대통령 승소로 판결하면서 법무부의 미흡한 소송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소송은 원고가 윤 대통령이고 피고가 법무부 장관이다. 원고인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권 교체 이후 피고가 되면서 일찍이 ‘법무부가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이 같은 우려는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인 지난해 7월, 법무부가 돌연 기존 대리인들을 정부법무공단으로 교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법무부는 “정부법무공단으로부터 능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추천받아 선정한 변호사들이 소송을 대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심에서 법무부 승소를 이끈 기존 대리인들을 갑작스럽게 바꾸면서 승소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한 장관은 징계 내용 중 본인이 관여된 채널A 사건이 포함돼있어 징계소송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법무부 대리인들의 증인신문 방식과 변론 내용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2심 재판부는 준비서면을 지나치게 늦게 내거나, 윤 대통령 징계절차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판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법무부 대리인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징계의 정당성을 적극 주장해야 할 법무부 대리인들은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증인을 상대로 70분을 신문할 때 법무부 대리인들은 7분 만에 신문을 마치는 식이었다. 2심에서 윤 대통령 측이 증인을 다수 신청한 반면 법무부 측은 증인을 신청하지 않은 것도 대조적이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사법부를 모욕하는 발언”이라며 “왜 (징계가) 기각됐는지 보면 그런 문제는 나올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판결 내용을 안 읽어봤거나, 아니면 둘 다”라고 했다. 현 법무부의 소송 대응이 잘못된 게 아니라, 이전 법무부의 윤 대통령 징계절차가 위법했다는 2심 판결에 수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 대리인인 손경식 변호사도 이날 판결 선고 후 취재진에게 “법무부가 설렁설렁해서 져준다는 주장은 재판제도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심 재판에서 지겠다고 작정하고 법무부가 소송에 나선 것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제 말이 틀렸다면 한 장관은 당장 상고하라. 그렇지 않다면 ‘패소할 결심’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썼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SNS 글에서 “참 재판쇼도 잘한다”며 “패소할 결심 시나리오, 연출, 배우로서 연기 모두 마치느라 수고하셨고, 정치무대로 이동할 일만 남았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2심 법리를 따른다면 법무부 장관은 소속 외청장인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자체를 실효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는 황당한 결론이 따른다”며 “사실상 검찰총장을 징계 불가능한 것으로 성역화하는 것이며 민주적 통제의 예외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징계 절차가 위법하다는 2심 재판부 논리는 합당한 근거도 없이 검사징계법의 취지조차 무력화하고 있어 법무부 측 소송 수행인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번 판결을 법무부가 그대로 수용한다면 직무유기이자 대통령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즉각 상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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