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문책 인사→조태용 투입’…尹 외교·안보 인사 ‘회전문’ 공식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차기 국가정보원장과 외교부 장관을 인선하면서 국방·통일부를 포함해 외교·안보 핵심 부처 수장들이 모두 ‘2기 체제’에 진입하게 됐다. 전임 국가안보실장 전격 사퇴 때 투입한 조태용 안보실장을 이번에는 ‘국정원 인사 파동’으로 사퇴한 국정원장 후임에 지명했다.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논란 속에 경질되고 이를 ‘돌려막기’ 인사로 채우는 일이 누적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인사 난맥상이 재확인됐다.
이날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조 국정원장 내정자의 거듭된 ‘구원투수’ 기용이다. 조태용 내정자는 지난 3월말 김성한 당시 안보실장이 윤 대통령 부부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행사 보고를 누락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면서 안보실장에 발탁됐다. 정부 출범 때 주미대사를 맡은 지 9개월만의 이동이었다. 당시 의전·외교 비서관도 줄줄이 교체돼 문책성 인사로 해석됐다.
안보실장 임명 9개월만에 조 내정자는 이날 현 정부 들어 세번째 공직인 국정원장에 내정됐다.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이 김규현 당시 국정원장의 사표를 수리한 지 3주만이다. 김 전 원장 역시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국정원 인사 파동 사태에 따른 경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해 온 조 내정자를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에 기용하면서 인사파동 논란을 매듭짓고 정보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전 원장에 이어 정통 외교관 출신이 국정원 수장에 연거푸 발탁돼 인사 파동 뒤 조직 정비와 장악이 조 내정자의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논란→경질→조태용 투입’으로 이어져 온 인선 과정은 그 자체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 난맥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사퇴도 자연스러운 2기 체제 전환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는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다가 야당의 탄핵소추를 앞두고 사퇴해 ‘꼬리 자르기 비판’을 받았다.
앞서 이뤄진 7개 부처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 후임 인선을 두고도 비판이 많았다. 총선 출마가 유력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직무 3개월만에 후임이 발표됐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직무 5개월만에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돼 ‘검찰 인맥 회전문’ 비판을 받았다. 연속성 있는 조직 운영 대신 ‘총선용’ ‘회전문’ 인선이 두드러지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날 발표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주요 부처와 기관은 2기 체제로 재편됐다. 통일부와 국방부는 지난 7월과 10월 각각 김영호 장관과 신원식 장관이 임명되며 두 번째 수장을 맞았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조 국정원장 내정자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내정자가 임명되면 전체적으로 2기 체제가 가동된다. 조 국정원장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을, 조 외교장관 내정자는 외교부 제2차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윤 대통령이 통일·국방부에 1기보다 강경한 성향의 장관을 앉히고, 안보실장을 국정원장으로 이동시키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외교·안보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라인 연쇄 이동은 조만간 국가안보실장 등 발표에 따라 매듭지어질 예정이다. 후임 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부 장·차관, 국정원장,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수뇌부 라인이 동시에 바뀌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안보실장 인선 시점은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현행 1·2차장 체제인 국가안보실에 3차장을 신설해 경제안보 분야를 맡기기로 했다. 정부 출범 당시 안보 1차장 산하에 경제안보비서관을 신설한 데서 나아가 차관급 3차장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경제가 곧 안보이고, 안보가 곧 경제”라고 강조해온 만큼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둬 경제안보 분야에 무게를 더 실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외교와 경제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국제경제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공급망도 중요한 상황에서 (경제안보) 사령탑 역할이 필요하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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